쿠스코란 말은 잉카의 케추아어로 '배꼽'을 뜻합니다. 이곳이 세계의 중심이요, 우주의 중심이란 말입니다.

그 중에서도 아르마스 광장은 쿠스코의 중심이니 그야말로 배꼽중 배꼽입니다. 공교롭게도 스페인이 이곳을 정복하기 이전인 잉카 제국 시절에도 쿠스코는 광장을 중심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를 스페인은 그대로 활용하여, 그들의 신전과 건물을 세웠던 것입니다.







광장 주변의 건물들은 고스란히 스페인식입니다.







광장의 한켠에서 아르마스 광장을 아름답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라 콤파니아 데 헤수스 교회입니다. 이 자리는 원래 잉카의 황제가 거주하던 궁전이 있던 곳입니다. 



 



쿠스코에서 가장 중요한 대성당입니다. 잉카 시대의 비라코차 신전을 허물고 그 자리에 세웠습니다. 이렇게 마치 대못을 박듯 스페인은 잉카의 가장 중요한 장소마다 교회를 지어 올렸습니다.

사정이 어떻든 쿠스코의 대성당은 장중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1550년에 건축을 시작해 무려 100년이 걸렸을 정도로 스페인이 온갖 정성을 기울인 건축물입니다.







대성당 앞은 걷는데 지친 여행자들이 다리쉼을 하기에 딱 좋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러고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배꼽은 세계와 우주의 중심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 언어인 것 같습니다.

호주 원주민들의 성지인 에어즈락도 대지의 배꼽으로 불렸고, 그리스 최고의 신탁의 장소였던 델포이 신전도 옴파로스(역시 대지의 배꼽이라는 의미)로 여겨졌습니다.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은 늘 '세계의 가장 아름다운 100대 광장'으로 꼽히는 명소입니다. 그런데 유럽의 유명 광장은 주위를 둘러싼 거대한 건축물들로 인해 위압감이 느껴지는 반면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은 나즈막한 건물들로 인해 오히려 정겹게 생각되었습니다.












사각형의 광장 주위는 온통 빨간 지붕과 하얀 벽, 그리고 파란색 창문을 가진 전형적인 스페인풍의 건물들이 서 있습니다.







그리고 아케이드 밑으로는 많은 기념품점과 카페등이 있는데 오전에는 대부분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지중해에 면한 스페인 남부의 건물을 보는 듯 합니다.







아르마스 광장으로 연결된 수많은 골목길의 집들도 대부분 하얀벽을 하고 있습니다.







거리를 지나는데 낯익은 차가 있어 다시 보니 티코입니다. 쿠스코 뿐만 아니라 리마에서도 티코는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나중에 한 페루인에게 들어보니 티코는 페루에서 가장 인기있는 택시라고 합니다. 기름도 적게 먹고, 잔고장도 없고, 무엇보다 엔진이 단순해서 수리하기 쉽기 때문에 택시 기사들에게 최고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이 차를 만들던 대우가 부도났다고 하자 그 페루인은 "어떻게 이런 훌륭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부도날 수 있냐"며 몹시 놀라워 했습니다. 













좀 더 뒷골목 안쪽인 로레토 거리로 들어서자 드디어 잉카인들이 쌓은 돌담길이 나타났습니다.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은 인디오 여인들이 이 골목을 거쳐 집으로 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로레토 거리의 석벽들 중 가장 유명한 12각의 돌입니다. 하나하나 세어보면 12각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잉카인들의 돌 다루는 솜씨가 얼마나 정교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잉카인들의 솜씨는 정말 예술입니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잉카인들이 만든 석벽 위에 지은 스페인 풍의 건물들이 제법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지금도 인디오 여인들이 쓰고 다니는 중절모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볼때마다 참 어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어디를 가더라도 인디오들은 저 중절모를 쓰고 다닙니다. 나에겐 저것이 마치 잉카의 석벽위에 쌓아올린 스페인 건물 같아 보입니다. 







잉카의 석벽이 얼마나 단단한지 아무리 지진이 나더라도 이 석벽위의 건물들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스페인도 그런 점을 인정하고 석벽은 남겨둔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한 기념품 가게입니다. 색감이 참 화려합니다.







석벽은 아이들에겐 놀이터가 되기도 합니다.







잉카가 쌓아올린 돌담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절로 좋아집니다. 단 아직 고산증만 없다면요. 그런데 슬슬 머리가 무거워져 옴이 느껴집니다.







돌담을 따라 무작정 걷다보니 제법 높이 올라왔습니다. 아래로 쿠스코의 빨간 지붕집들과 아르마스 광장의 교회들이 보입니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4명의 인디오들이 페루 전통음악을 연주해 주었습니다. 이 잉카의 후예들이 엮어 내는 음악은 아무리 빠른 곡조라도 묘한 슬픔이 섞여 있었습니다. 내 편견인지도 모르겠지만 특히 저 팬플룻과 피리 소리는 '한(恨)' 그 자체입니다.







밤이 되어 야경을 즐기기 위해 아르마스 광장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쿠스코는 중남미에서 흔치 않는 안전지대입니다. 이런 곳의 밤풍경을 놓칠 수야 없지요. 







사실 고산증과 술은 상극입니다. 알콜이 산소를 빼앗아가기 때문입니다. 고산증이라는게 산소 부족 현상이니 결국 술을 마시게 되면 고산증을 재촉하는 꼴이 됩니다.

하지만 이 술맛 당기는 분위기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나중 일은 나중에 걱정하기로 하고, 간단히 잉카 맥주 한잔으로 이 밤이 지나가는 아쉬움을 달래었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