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나스 염전의 놀라운 광경에 감탄을 거듭하다 우리는 또 다른 잉카인들의 경이로운 유적지인 모라이(MORAY)를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3,000m 대의 고지대라는게 믿기지 않을 만큼 안데스 산자락 사이론 드넓은 경작지와 초원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참빗으로 곱게 빗어 하얗게 드러난 가르마처럼 그 사이로 길이 나 있었습니다. 다른거 다 필요없이 그냥 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여행이었습니다.

이 환상적인 길은 모라이 여행 내내 이어졌습니다.







가는 길에 작은 마을도 하나 만났습니다.







마라스라는 인디오들의 마을입니다.







이 지역에서 감자와 옥수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인 모양입니다. 일단은 가는 길을 재촉하고, 돌아오는 길에 시간이 되면 다시 들르기로 했습니다.







한 인디오 여인이 커다란 등짐을 메고 길을 걷던 이 구불구불한 길. 그 어떤 곳보다 난 이 길이, 이 풍경이 페루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되었습니다. 페루는 정말 아름다운 나라였습니다.







당나귀 등에는 짐을 싣고, 등에는 아기를 안은 인디오 여인...이 여인 곁으로 먼지 피우며 차를 지나가는게 무척이나 미안했습니다.







산등성이의 컬러가 정말이지 너무나 환상적입니다.







꽃과 푸른 하늘, 그리고 하얀 뭉게 구름까지 더해져 이 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이 평화로운 풍경에 넋을 잃다가도 멀리 잔설이 남아 있는 산을 보게 되면 문득 '내가 지금 있는 곳이 험준한 안데스 산자락이구나' 라고 깨닫게 됩니다. 몸이 고산증세에 많이 적응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조금은 머리가 묵직한 것으로 보아 '지대가 높긴 높구나'하는 생각도 다시금 하게 됩니다.







그리고 멋진 길을 달리다 불현듯 나타난 바로 이곳. 모라이 유적입니다.

처음 이곳을 보았을 땐 잠시 머리가 텅 비어져 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몸에는 묘한 전율이 일면서 '대체 이게 뭐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전에 모라이 유적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없이 갑자기 마주했다면 외계인들의 비행접시가 착륙하는 장소 같기도 하고, 영국의 들판에서 흔히 발견되는 미스터리 서클 같다는 생각을 분명 했을 것 같습니다.  







모라이는 한마디로 잉카인들의 임업시험장입니다.

모라이의 이 둥근 원중 가장 낮은 곳은 가장 높은 곳에 비해 기온이 5도 정도가 높다고 합니다. 잉카인들은 작물을 우선 가장 낮은 곳에 심은 다음 점차 더 높은 곳으로 옮겨 심어 고산과 기온에 적응토록 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게 옥수수입니다. 옥수수는 원래 열대성 식물로 안데스의 고산에선 살 수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잉카인들은 이런 식으로 기온에 적응시켜 재배에 성공했습니다. 잉카인들의 과학적 사고 방식이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모라이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잉카인들은 각 층마다 다양한 식물을 실험해 보았습니다. 어떤 식물이 어떤 높이에서 잘 자라는지를 알아본 것이지요. 그 실험결과는 모든 잉카인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잉카의 감자는 다양하기로 유명합니다. 수백종의 감자가 모두 모양도, 크기도, 맛도 다릅니다. 아마도 이 임업시험장에서 실험을 거친 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라이의 임업 시험장은 내 처음 생각보다 규모가 훨씬 컸습니다. 그리고 각 층마다 사람 키만한 높이의 둥근 담장으로 경계가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실험을 위한 관개시설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궁금했지만 그에 관한 자료는 찾지 못했습니다.

암튼 모라이 유적과 같은 풍경은 그 어느곳에서도 보지 못했습니다. 정말 경이롭다 하지 않을 수 없는 곳입니다.







살리나스에 이어 모라이에서도 감탄을 거듭하다 다시 우루밤바로 되짚어 나오는 길의 들판엔 이름모를 노란 야생화가 가득했습니다.






길 만큼 매력적인 게 또 있을까요?







길만큼 사람을 여행으로 끌어당기는 게 또 있을까요?

나는 이런 길을 볼 때마다 예전에 읽었던 이제하의 소설 제목이 떠오르곤 합니다.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길에는 마을이 있기 마련입니다. 낯선 길에서 만나는 낯선 마을을 볼 때마다 마을이란 길을 오가던 수많은 사연과 스토리들이 하나로 뭉쳐진 곳이란 생각이 듭니다.





 

 

모라이 갈 때 만났던 마라스 마을입니다. 잠시 차에서 내려 동네 구경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마을에 들어서 맨 처음 만난 당나귀는 '이제 어느 길을 갈까?'라고 고민하는 듯 보였습니다.






마라이는 아주 한적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마라이의 집들은 대부분 흙벽돌로 지어져 우리의 눈에는 이게 제법 이색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모두 황토빛이라 주변의 푸르름과는 달리 무척 건조하고 황량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코카콜라. 정말 대단한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가치 세계 1위할만 합니다. 이 페루의 한적한 벽촌에도 어김없이 코카콜라 간판이 있습니다. 네팔의 산골에도 케냐의 텅빈 초원에도 코카콜라는 있습니다. '사람있는 곳에 코카콜라가 함께 할지어다'라고 얘기하는 듯 합니다. 







페루의 산골마을에도 어김없이 코카콜라가 들어와 있지만 그렇다고 코카콜라가 페루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음료수는 아닙니다. 아니, 어쩌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코카콜라가 기를 피지 못하는 나라가 페루일지도 모릅니다. 월마트가 한국에선 이마트에 눌려지내는 것 처럼...

페루의 최고 음료수는 단연 잉카콜라입니다. 페루인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콜라입니다. 약간 누런끼가 나는 잉카콜라는 코카에 길들여진 내 입맛에는 조금 싱거웠지만 암튼 페루에선 코카콜라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이 상점들에서도 정작 팔리는 것은 코카가 아니라 잉카콜라였습니다.







마을 구경을 마치고 다시 길을 달렸습니다. 멀리 호수가 있는 풍경이 그림같았습니다.







모라이 임업시험장의 덕택인지 3,000m가 넘는 고산지대임에도 불구하고 농촌의 풍경이 무척 풍요로워 보입니다.







이곳을 지나면서 얼핏 알프스로 둘러싸인 스위스의 초원지대를 지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우리에게 페루는 공중도시 마추피추로 대표되는 잉카 유적의 나라로 인식되지만 그 못지 않게 뛰어난 자연미를 가진 나라입니다. 아마도 페루만큼 중남미에서 다양한 모습을 갖춘, 최고의 여행지는 없을 것입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