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피추라는 이름만큼 여행자들을 설레게 하는 유적도 드물 것입니다. 나에겐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이집트의 피라미드, 요르단의 페트라를 처음 만날 때와 같은 동급의 흥분감이 밀려왔습니다. 더구나 마추피추는 아무런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유적인지라 그 신비감은 더 컸습니다.




암튼 우루밤바 근처의 작은 역인 올란타이탐보에서 드디어 마추피추로 가는 기차에 올랐습니다.







기차는 생각했던 것보다 외관도 내부도 무척 깨끗하고 깔끔했습니다. 페루 경제에서 마추피추가 차지하는 관광수입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정부 자체적으로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다시피 철로는 폭이 좁은 협궤열차용입니다. 철도 건설이 워낙 어려운 험한 지형이니만큼 이런 협궤만해도 감지덕지입니다.

사실 마추피추를 보려면 운도 따라줘야 합니다.

특히 우기에 폭우가 심하게 쏟아지는 날엔 철도가 유실되거나 우루밤바강이 범람해 철도가 물에 잠길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땐 산사태가 일어나 커다란 바위가 철도를 뒤덮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는 기차가 운행하지 않습니다. 자동차 도로는 없기 때문에 기차가 멈추면 사실상 이 멀리 오고서도 마추피추를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런 일이 거의 매년 한두번은 일어나니 드문 일도 아닙니다.







올란타이탐보 역에서 마추피추 역까지는 1시간 반 정도가 걸립니다. 가는 길엔 멀리로 안데스의 설봉들이 보이고, 가까이론 우루밤바 강과 인디오의 작은 마을들이 연이어 나타나 전혀 지루할 새가 없습니다.







소박한 마추피추 역입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세계적인 유적지의 역이라고 하기엔 초라하다할 정도로 작은 규모입니다. 그만큼 아직 중남미를, 그리고 페루를 여행한다는 것은 우리 뿐 아니라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쉽지 않다는 뜻일 겁니다.







이곳이 마추피추임을 실감나게 하는 것은 이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마크가 들어간 안내판이 유일할 것입니다. 그외엔 그 어떤 홍보물도, 심지어는 표지판도 보기 힘들었습니다. 




 



기차역에서 나와 마추피추 꼭대기까지 데려다 줄 셔틀버스를 타러가는 길입니다.







철로를 따라 걷기도 해야 하는데







이렇게 갑자기 기차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물론 기차가 천천히 오지만 다리 위에서 만나면 아주 난감할 것입니다.







철로변을 따라선 인디오의 노천시장이 늘 열려 있습니다. 대개는 이걸 구경하다가 갑자기 기차가 들어오면 깜짝 놀라게 됩니다.







특히 이 지역의 우루밤바 강은 언제 가봐도 늘 물살이 유난히도 거칩니다. 마치 마추피추를 쉽사리 보여주지 않겠다고 강이 말하는 듯 합니다.

오랫동안 산속에 묻혀있던 마추피추가 세상에 다시 드러난 것은 1911년 예일대의 역사학 교수이던 하이럼 빙엄의 발견 이후입니다.

그의 탐험 목적은 원래 잉카의 마지막 수도로 알려진 빌카밤바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우루밤바 강 일대를 뒤지던 중 이 지역에 이르렀을 때 한 인디오가 산꼭대기에 거대한 폐허가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그의 기록에 의하면 "우루밤바 강의 급류가 워낙 거세 우리는 밧줄을 잡은 채 목숨을 걸고 건너야 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루밤바 강은 마추피추를 쉽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여기서 저 셔틀버스를 타야합니다. 물론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사가 워낙 급한 길이라 직접 가보면 엄두를 낼 수가 없습니다.







바로 이 길입니다. 저 길을 꼬불꼬불하게 버스로 올라야 합니다. 사진의 가운데를 자세히 보면 버스 한대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일 것입니다.




 



길 중간쯤에서 내려다 본 모습입니다. 탁한 우루밤바 강의 거친 물살과 깊은 협곡이 한눈에 보입니다.

마추피추는 아래에선 전혀 안 보이고 하늘에서만 볼 수 있다하여 '공중도시'라고 불립니다. 그래서 저 아래에 있을 때 산봉우리 꼭대기를 뚫어져라 쳐다봤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자세히 봐도 산꼭대기에 있을 도시의 흔적은 조금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잉카의 잔여 세력을 집요하게 추적했던 스페인 군이 끝까지 이곳 만큼은 찾아내지 못한 게 이해할만 했습니다.







드디어 해발 2,280m 꼭대기에 자리한 마추피추의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저 안쪽에 어떤 모습이 펼쳐질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순간입니다.







입구를 지나 마추피추 유적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아래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우리가 셔틀버스를 타던 지점이 아주 잘 보였습니다. 그런데 저 곳에선 이 위가 전혀 보이질 않았습니다. 나의 위치를 들키지 않으면서 아래쪽의 동태는 훤히 들여다볼 수 있으니 이 보다 좋은 요새 도시의 위치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드디어 마추피추의 일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계단식 논과 관리인들의 집들입니다. 이곳들은 나중에 다시 보기로 하고, 일단은 마추피추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 전망대를 향해 꼭대기로 올라 갑니다.







전망대에 오르니 라마 한 마리가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습니다. 라마고 뭐고 간에 빨리 저 끝에 가서 마추피추를 보고 싶었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마추피추가 드디어 내 발 아래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마추피추를 보는 순간 숨이 턱하고 막혔습니다.

사진으로 너무나 익숙한 곳을 볼 때는 아주 조심스럽습니다. 혹시 직접보면 실망하지나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기대가 너무 크면 쉽게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그야말로 마추피추는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습니다. 아니, 그간 사진으로 본 것보다, 그간 상상했던 것보다 마추피추는 훨씬 좋았습니다. 마추피추는 사진으로 표현될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침이 꿀꺽하고 넘어갔습니다.







마추피추의 전체적인 모양새가 잉카의 왕 모습과 비슷하다는 그림을 한 여행자가 들고 있습니다.







마추피추는 '오래된 봉우리' '늙은 봉우리'라는 뜻입니다. 가운데 삐죽 솟은 산은 우아이피추로 '젊은 봉우리'라는 뜻입니다.

마추피추는 5㎢의 면적에 높이 5m의 견고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최대 1만 명 정도가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1만 명의 대식구가 먹고 살기 위해 주거지를 제외한 산비탈은 모두 절묘하게 계단식 논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게 또한 경이로웠습니다.

아래쪽의 우루밤바 강은 처음 올라온 지점과는 반대쪽입니다. 강이 U자형으로 마추피추를 휘감고 흘러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보다 자세히 보기 위해 마추피추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위에서 보나 아래서 보나 마추피추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