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드디어 페루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마추피추로 가는 날입니다. 마추피추로 가기 위해선 올란타이탐보(Ollantaytambo)라는 작은 잉카 마을에서 기차를 타야 합니다.

그런데 이 작은 마을엔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잉카의 유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걸 잠시 구경하기 위해 마을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얼핏봐도 경사가 45도 쯤은 되어 보입니다. 이런 계단식 논이 꼭대기까지 300개나 된다고 합니다.







곡식 저장고로 추정되는 건물입니다.







위로 오르면 무게가 50톤이나 나가는 6개의 거석을 모아 만든 거대한 석조물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기차 시간 때문에 방문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 엄청난 무게의 돌들은 우루밤바 강 건너편의 산에서 가져왔다는데 이 급경사의 길을 어떻게
올렸는지 여전히 수수께끼입니다. 그들의 말처럼 "신이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줬다"라고 믿는 게 그냥 속편한 것 같습니다.







유적 앞에는 아담한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도 하나 있습니다.







잉카인들은 현재의 건축가들이 봐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뛰어난 유적을 곳곳에 남겼지만 유감스럽게도 문자를 발명하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것들이 베일에 가려 있습니다. 

올란타이탐보가 어떤 역할을 한 마을인지도 확실치는 않습니다. 다만 탐보가 잉카어로 '숙소'를 뜻하기 때문에 막연히 쿠스코의 역참도시 정도가 아닐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란타이탐보에서 횡재를 했습니다. 마침 열리고 있는 축제 행렬과 마주했기 때문입니다. 여행다니면서 이런 행사를 우연히 보게 되면 마치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 듭니다.







알고보니 '동방박사 오신 날'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라고 합니다.







그런데 축제가 참 특이합니다. 마치 가면무도회, 혹은 패션쇼를 보는 듯 합니다.







올란타이탐보 마을 사람들이 총동원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축제 행렬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묘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올란타이탐보는 1536년 망코 카팍 왕이 잉카의 잔존 병력을 모아 이곳에 주둔해 있던 스페인군을 기습, 승리를 거둔 곳입니다. 이게 사실상 잉카 제국의 마지막 저항이었습니다. 그런 다음 잉카군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선조들이 피흘렸던 이 땅에 울려 퍼지는 '동방박사 오신 날' 축제... 스페인이 가져온 가톨릭 축제를 즐기는 이들을 보면서 이것이 '페루의 현실을 명확히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지금의 페루인들과 이전의 잉카인들은 전혀 별개의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들이 잉카에 대하여 자부심을 갖고 있기는 할까요... 담번에 페루에 가면 이것을 집중적으로 알아볼 생각입니다.







페루의 머리위에 얹혀진 스페인. 난 저 중절모를 볼 때마다 이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축제에 직접 참가하지 않은 마을 사람들도 각자 나름대로 '동방박사 오신 날'을 즐기는 듯 합니다.







지금의 올란타이탐보는 마추피추로 가는 기차역이자 잉카트레일의 주요 거점도시라 마을 규모에 비해 제법 많은 여행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간간히 여행자들을 위한 레스토랑들이 시내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축제에 아이들이 빠질 순 없겠지요...







마을을 구경하다 한 가정집을 들어가봤더니 벽면에 해골이 모셔져 있어 분위기가 좀 으시시했습니다. 조상의 해골이라고 합니다. 이걸보니 비로서 페루가 아닌 잉카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축제날이라 그런 듯 장에도 사람들이 그득했습니다.







이제 정말 마추피추로 가야할 시간입니다. 
 
그 명성에 비해 기차역은 정말로 소박합니다. 이곳에서 알갱이가 엄청나게 큰 페루표 옥수수를 사먹어 보았습니다. 우리의 강원도 옥수수처럼 찰진 맛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기대보다 훨씬 맛있었습니다.











잉카 여인들이 기념품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색감이나 문양이 네팔과 티벳의 그것과 얼핏 닮아 보입니다. 고산 지역의 문화적 특성이 따로 있는 걸까요?







잉카 여인들은 기념품을 들고 멀찍이 서 있을 뿐 결코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관심을 보이면 수줍게 웃을 뿐입니다. 그녀들이 얼마나 심성이 곱고, 소박한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정말 마추피추로 가야할 시간입니다. 이 기차를 타고 1시간 반이면 마추피추 마을로 데려다 줄겁니다.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꿈꾸게 되는 마추피추, 그곳은 과연 명불허전이었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