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에서 사막에 난 판 아메리카 고속도로를 따라 남동쪽으로 달리다보면 이카(ICA)라는 제법 큰 도시를 만나게 됩니다.

인구가 15만 명이나 된다 하니 우리나라에서도 작은 규모는 아닙니다. 하지만 내내 변변한 집 한채 보이지 않는 황량한 사막길을 달리다가 갑자기 만나게 되었기 때문에 이카는 실제 규모보다도 더 커 보였습니다.

게다가 이카가 페루 와인의 유명 산지라니 그 점도 뜻밖이었습니다. 사막의 포도밭이라... 이런 곳을 또 어디서 보았나 가만 생각해보니 중국 실크로드상의 중요도시인 트루판이 그랬습니다. 중국은 원래 와인을 마시는 나라가 아니니 트루판의 포도는 건포도용으로 쓰였습니다만 무척 달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카의 포도를 맛보진 못했지만 건조한 사막의 바람을 맞고 자란다는 공통점으로 볼 때 이카 포도 역시 무척 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담번 이곳을 여행할 땐 이카의 포도주를 맛봐야겠습니다. 

 





이카엔 세계 최고의 오아시스가 있습니다. 최고라기 보단 가장 오아시스 다운 오아시스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습니다.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오아시스 마을을 보았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모래로만 둘러싸인 오아시스는 페루의 이카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그야말로 동화책에서 보던 오아시스 마을 그대로입니다. 바로 와카치나 오아시스입니다.







우리는 이 오아시스 마을을 즐기기 위해 이카에 왔습니다.







오아시스를 한바퀴 둘러보는 산책길은 무척 상쾌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바로 옆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사구들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이 모래 천지에서 이 물들이 어디서 모여들은 것일까요?







이 아담한 호텔뒤로 산처럼 위엄있게 버티고 서 있는 사막의 갈색과 호텔의 붉은 색, 그리고 잎이 조금밖에 없는 껑충한 나무가 참 기막히게 잘 어울린다 싶습니다.







사막은 참 매력있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텅빈 듯 무심하기만 한 사막에 한번 빠지면 열이면 아홉은 반드시 다시 사막을 찾게 됩니다. 사막에서 삼신할머니라도 부르는 것일까요? 사막 여행에 한번 매료되면 거기서 빠져 나올 길은 결코 없습니다.







사구가 있으니 당연 올라야 하지요...







모래 언덕을 오르는 것은 보기 보다 꽤 힘듭니다. 발이 자꾸 빠지고, 미끄러지고, 건조하니 목마르고... 그냥 산에 오르는 것에 비해서도 체력이 두 배 정도는 더 소모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구 꼭대기에 오르면 대개는 이런 숨막히는 전경이 펼쳐집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황량한 풍경이 무엇이 대단하랴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황홀함과 그 신비함, 그리고 그 쓸쓸함은 사막에 오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적인 감상입니다.







사막에서 가장 신나는 일은 짚차를 타고 마구 달리는 것입니다.







모래 천지니 당연 먼지가 날릴테고 이렇게 준비를 단단히 하면 더욱 마음놓고 짚차 사파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사막 짚차 사파리가 신나는 것은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길이 없다는 것은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이니 아무곳이나 맘껏 달려도 된다는 뜻입니다. 그야 말로 오야 맘, 운전사 맘입니다. 운전사가 달리는 데가 곧 길이 되는 곳, 그것이 사막 사파리입니다.







이런 곳에선 내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사막용으로 개량된 특수 짚차인지라 엄청나게 높아 보이던 사구 꼭대기를 거침없이 올랐고, 또 아찔한 급경사의 내리막도 사정없이 내달렸습니다. 그럴때마다 지프차안에는 환성과 탄호성이 계속 울렸습니다.

사막 짚차 사파리는 바로 이 맛입니다. 어디 놀이공원의 바이킹에 비교하겠습니까?







속도가 얼마나 나는 지 모르겠지만 가끔 드라이버는 평지가 나오면 엄청난 질주로 우리에게 짜릿한 속도감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이카의 사막에선 또 다른 즐거움도 있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바로 모래위에서 썰매타기.







오랜만에 아이들 눈치볼 것 없이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입니다. 얼마나 신나는지 모릅니다.







처음엔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워 중간에 자꾸 뒤집어 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래라 다칠 염려는 조금도 없습니다. 그러다 한번 감을 잡게 되면 정말 신나는 스릴을 즐길 수 있습니다.







사막엔 또 다른 작은 오아시스도 있었습니다.







사막에 완전히 빠져버린 우리들은 아예 짚차를 돌려보내고 말았습니다. 밤까지 사막을 즐길 작정이었던 것이지요.







사막에 뉘엿뉘엿 해가 져가고 있습니다. 그러자 사막이 더욱 쓸쓸하게 다가왔습니다.







급기야 사막 너머로 고운 일몰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무 말없이 그저 이 순간을 마음에 담을 뿐입니다.







와카치나 오아시스 마을에 불이 들어오니 이것도 장관이었습니다. 우리는 저 불빛을 등대삼아 사막길을 터벅터벅 걸어 내려왔습니다. 이날도 사막은 또 다른 여행매니아들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