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카는 나에겐 정말 각별한 곳입니다. 처음으로 세계 여행을 꿈꾸게 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시골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 세계로의 유일한 통로는 '새소년'이라는 어린이 잡지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나스카가 특집으로 나왔습니다. 메마른 황무지위에 그려진 거대한 그림들과 기하학적인 선들은 곧바로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어마어마한 벌판에 그려진 외계인과 거미 그림은 한마디로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희한한 세상이 저 밖에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고, 그 후 줄 곧 세계 일주에 대한 꿈을 키워오게 되었습니다. 결과론이지만 이 꿈이 바로 지금 여행사를 만들게 된 원초적인(?) 계기가 된 셈입니다.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난 드디어 내 꿈을 이루러 가는 길입니다. 그러니 이런 황량한 길도 난 셀레기만 했습니다.







이카에서 나스카 가는 길은 리마에서 이카 오던 길과 마찬가지로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사막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벌거벗은 산이 나타나더니 갑자기 이런 평평한 땅이  펼쳐졌습니다.

평야가 나타났다는 것은 나스카에 거의 다 와간다는 뜻입니다. 대체 저 아무것도 없이 드넓기만 평원에 무엇이 있다는 것일까요?







한없이 직선으로 뻗어있는 판 아메리카 고속도로입니다. 나스카 라인을 중간에 잘라 버려 지탄의 대상이 된 길이기도 합니다. 이 도로를 건설할 당시만 해도 나스카 라인의 존재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탓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도로 중간에 낙서가 가득합니다.







나스카 라인의 일부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서 있는 자리입니다. 아마도 전세계에서 나스카를 보러 온 여행자들이 나스카의 그림처럼 이곳에 자신만의 표식을 남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도 얼른 전망대로 올라갔습니다. 계단을 오르면서 '드디어 숙원사업을 이루는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습니다.







왼쪽으로 뭔가 보입니다. 얼핏 병아리 같기도 하고, 새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큰 기대와는 달리 전망대에선 그림을 정확하게 볼 수 없었습니다.







전망대 오른쪽으로는 더 복잡한 선이 그어져 있었습니다. 분명히 어떤 거대한 그림일텐데 전망대에선 도무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러니 더 애가 탔습니다. 빨리 가서 경비행기를 타고 싶은 생각 뿐이었습니다.







나스카의 지상화를 제대로 보기 위해선 경비행기를 타는 것외엔 방법이 없습니다. 비행장까지는 저 판 아메리카 고속도로를 타고 30여분을 더 달려야 했습니다.







드디어 비행장에 도착했습니다. 나스카 평원위에 그려진 그림들의 위치와 경비행기의 항로를 표시한 지도가 입구에 서 있었습니다.







경비행기를 타기 위해선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절차가 있습니다. 바로 저 저울위에 올라가는 것입니다. 한번에 4-5명이 타는 아주 작은 비행기인지라 탑승자 전원의 체중이 오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비만이 아주 극심한 미국인들은 간혹 탑승이 거부되기도 한다는데 상대적으로 호리호리한 동양인들은 그럴 일이 사실상 없습니다.







우리의 기장이 다시 한번 지도를 보여주며 코스를 설명해주었습니다.







이렇게 작은 세스나기라 조그만 기류 변화에도 사실 좀 심하게 요동칩니다. 그래서 멀미가 쉽게 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멀리 와서 비행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토하는 한이 있더라도 타야 합니다. 지상 최고의 수수께끼인 나스카 라인을 바로 앞에 두고 포기한다는 것은... 암튼 그럴 수는 없습니다.







드디어 경비행기가 활주로에 섰고, 이륙 준비를 마쳤습니다.







작은 비행기가 활주로를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린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륙 순간은 나 역시 무척 긴장되었습니다. 괜히 내 발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경비행기가 완전히 떠오르기 전 동체가 심하게 몇차례 기우뚱거려 정말 나도 멀미하는게 아닌가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비행기가 완전히 고도를 잡자 요동도 멈추었고, 마음도 편해졌습니다. 겨우 아래를 내려다 볼 여유가 생겨 바라보니 뜻밖에도 꽤 비옥한 너른 벌판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처음엔 조금 무서웠지만 뭐.. 별거 아니었습니다. 기장 바로 옆에 탔더니 같이 운전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비행에 이골이 난 기장이 긴장하고 있는 우리들과는 달리 아주 태연하게 복잡한 비행 기기를 조작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나스카의 그림은 BC 100년에서 AD 800년 사이에 나스카 문명을 이룬 사람들이 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페루 남부 해안지대에서 문명을 일으켜 다양한 문양의 채문토기로 남긴 것으로 잘 알려진 문명입니다.  


하지만 정말 나스카인들이 그린게 맞긴 맞는걸까요?







드디어 멀리 나스카의 라인 하나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스카의 평원은 남북으로 50km에 달합니다. 이 광대한 캔버스 위에 18개의 형상과 100여개의 기하학적인 무늬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 하나하나의 크기가 워낙 크기 때문에 지상에선 그림인지 아닌지 도저히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경비행기를 타고 제일 먼저 나타난 것이 고래입니다. 크기가 25m나 됩니다.





 


콘도르 입니다. 무려 길이가 135m나 됩니다.






 


우주인입니다. 어릴 적 나에게 충격을 준 바로 그 그림입니다. 30m의 크기입니다. 하지만 그 시대에 무슨 우주인이겠습니까? 이 그림으로 인해 나스카 그림은 외계인이 그렸다는 설이 결정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역시 어린 나에게 충격을 주었던 그림 중 하나인 거미입니다. 그 옆으로 꽃 그림이 있는 데 잘 안나왔습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선들도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나스카에서 가장 큰 그림인 알카트로즈입니다. 무려 274m나 됩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직선들은 굉장히 많습니다. 이 그림을 그리러 온 외계인들의 활주로일까요?






 


연구에 의하면 나스카의 그림들은 표면의 돌들을 걷어내고, 그 아래 있는 흙이 드러나도록 세세히 솔질을 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누가, 왜 이런 어머어마한 그림을 그렸단 건지...






 


벌새 같기도 하고.. 이 그림은 잘 모르겠습니다. 흔들리는 경비행기 안에서 나스카의 지상화를 찍는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다보니 정말 멀미가 날 것 같았습니다.






 


나스카의 지상화중 사진이 제일 잘 나온다는 원숭이는 길이가 122m나 됩니다.






 


오던 길에 전망대에서 보았던 그림도 나타났습니다. 하늘에서 보니 역시 선명하게 보입니다. 손이라는 그림과 위쪽은 나무입니다.






 


이렇게 해서 30여분간의 비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가는 길입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학자들이 달라붙어 연구를 해왔지만 여전히 야외의 천문학 달력, 외계인의 착륙 흔적, 외계인의 지도 등 온갖 설만이 난무합니다.





 


다만 평생을 나스카 라인 연구에 몸바쳐온 독일의 수학자 마리아 레히체에 의하면 모든 그림은 별의 운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마을을 보니 무척 건조해 보입니다. 나스카의 지상화가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선명히 남아 있는 것도 이 지역이 비 한방울 보기 힘든 건조한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무사히 착륙했습니다. 우리는 다행히 아무도 멀미한 사람이 없었지만 다른 비행기에 탔던 일본 여성들은 내리자마자 토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스릴 만점의 비행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한번쯤 충분히 타볼만 합니다.






 


이제 다시 돌아나오는 길입니다. 오랜 숙원이었던 나스카의 지상화를 보고 나니 속이 후련해졌을까요? 그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도대체, 누가, 왜, 어떻게 라는 질문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런 어마어마한 그림을 그리려면 고도의 수학적 수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들로 알려진 나스카인들이 그런 수학 재능을 갖고 있었다고 믿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하기엔 이 그림 외에 남긴 것이 너무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분명 오랜 꿈을 이뤘다는 점에서 가슴 뿌듯한 여행이었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