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2. 8. 9. 06:00


동유럽 여행 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였습니다. 호수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마을 전경은 아직까지도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뉴스를 보다가 황당한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바로 중국 광동성 후이저우(惠州)시에 할슈타트 마을을 그대로 본떠 고급 주택단지를 짓고 있다는 것입니다.




약 1조원이 넘는 거액이 들어간 이 프로젝트는 할슈타트 마을의 완벽한 복제를 위해 인공 호수를 조성하고, 마을 입구의 교회와 시계탑, 나무들과 같은 외관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실내장식과 벽에 걸린 그림 하나까지 똑같이 흉내 낸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 몇 년간 전문가들을 관광객과 비즈니스맨으로 위장시켜 할슈타트에 파견해 사전조사를 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하였다고 합니다.

 

사실 외국을 중국으로 옮겨오는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6년에 상하이의 외곽지역에 영국 마을을 본 딴 '템스 타운'이 지어진 적이 있습니다. 중세의 광장과 성, 교회 등 영국적인 것으로 마을을 가득 채웠지만 현재까지도 분양이 다 이뤄지지 않은 채 붉은 제복을 입은 중국인 '근위병'만이 이 유령마을을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할슈타트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설사 분양이 잘 이뤄지고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더라도 과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할슈타트의 모든 것을 그대로 복제한다하더라도 결국 그것은 내용이 텅 빈 겉모습만을 흉내 낸 것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할슈타트는 단지 아름다운 풍경만으로 세계문화유산이 된 것이 아닙니다. 기원전부터 이 지방의 소금광산은 할슈타트를 풍요롭게 해주었고, 이를 바탕으로 철기 문명을 이뤄냈으며, 이런 역사와 문화가 오랜 세월동안 쌓이고 쌓여 오늘날의 할슈타트가 된 것입니다.

돈으로 풍경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의 결정체인 할슈타트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겠다는 인간들의 이 지독한 오만을 보면서 현대사회에서 말하는 ‘인문학의 위기’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과정을 무시한 채 겉모습과 결과가 중시 되는 현대사회 일수록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닌 그것의 본질이 아닌가 싶습니다.                                                                  

 

                                                                                                                

                                                                                                                                                           [추혁준]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