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2. 8. 1. 06:00

 

테마세이투어 입사 후 벌써 세 번째의 출장을 마치고 사무실에서 이 글을 쓰는 지금,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니 마치 일장춘몽을 꾼 듯 아련합니다. 우리 여행사는 동남아보다는 주로 유럽 일정이 많다보니 유럽출장을 기준으로 짧으면 10일 길면 14일입니다.

한 사람의 성품을 알아보려면 여행을 함께 해보라고 했던가요? 사실 누군가와 함께 10여일을 함께 여행한다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닙니다. 나는 아직 남편 및 친부모님, 친구와도 10일 이상의 장기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




유럽여행의 첫날과 둘째날은 인솔자에게는 참으로 고된 날입니다. 시차와 장시간의 비행에 손님들이 매우 지친 상태에서, 초반은 완벽한 세팅보다는 주로 가이드, 드라이버와 호흡을 맞춰가는 시기라 완벽한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녕히 주무셨어요”라는 인사로 하루를 시작해 손님들과 며칠만 보내면 시간은 금방 각별해집니다. 손님과 같은 공간에서 식사하고 같은 호텔에서 잠자며 대화를 나누다보면 한겨울에 내리는 함박눈처럼 정이 쌓이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뒤바뀐 시차로 인해 밤잠을 설치다 이동하는 버스에서 달디 단 쪽잠을 주무시는 손님을 보면 그 풍광을 놓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서 조심스럽게 깨워 이 아름다운 풍광을 보시라고 하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을 때가 많습니다. 이것도 나의 지나친 욕심이리라.

어제까지는 활달하고 즐겁게 여행을 하다가 다음날 얼굴이 좋지 않으실 때는 밤새 아프진 않았나 걱정도 되고, 매일 같은 시간대에 아침 식사를 드시던 분이 보이지 않으면 이상스레 마음이 불안해지고, 음식을 많이 남기시면 현지식이 아닌 한식을 예약했어야 했나 라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오기도 합니다.




시장에서 사온 갈치를 한두 토막씩 야금야금 먹어 가는 것처럼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다보면 벌써 귀국을 향해 공항으로 가는 길 위에 있게 됩니다.

버스 안에서 늘 마지막 멘트를 하려다보면 머릿속에서 손님과 함께 한 시간이 한편의 영화를 보듯 스쳐 지나갑니다. 그럴 때마다 늘 감상에 젖고 헤어짐에 마음이 헛헛해집니다.

여행 중에 한 곳이라도 더 아름다운 곳을 보여드리고, 한번이라도 좀 더 맛있는 음식을, 자유시간의 짧음을 아쉬워하실 때 다음 동선 계산하지 말고 10분이라도 더 드릴 것을, 사진 한 컷이라도 더 예쁘게 찍을 것을, 좀 더 잘해 드릴 것을….

최근의 크로아티아 여행에서는 버스에서 어떤 손님이 우시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여행을 함께 한 시간의 위력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여행사에 있는 한 반복적인 만남과 헤어짐이 지속될 터인데, 헤어짐으로 인한 헛헛한 감정을 추스르는 방법은 다른 만남을 준비하는 설레임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연습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순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