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2. 7. 27. 06:00


 



라스베가스를 떠난 후 네바다 사막을 가로질러 달렸습니다. 그곳에서 문명국으로서의 미국 이미지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여느 사막과 다름없이 거친 황무지가 펼쳐질 뿐이었습니다. 우리들의 미국 서부 국립공원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미국 현지의 한인 여행사 사이에서도 꽤나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유럽인들의 프로그램을 능가하는 전문 여행이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되었다는 놀라움, 이런 상품을 기획한 테마세이투어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이런 전문 여행상품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우리들은 본의 아니게 서부시대의 개척자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유타주와 애리조나주의 국립공원 순방길은 놀랍게도 서부개척시대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말끔한 포장도로 위로 마차 대신 버스가 달리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모든 것이 영화에서 보던 서부시대와 다름없었습니다.

자연을 감상하려면 발품을 팔아 직접 걸어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방문지마다 전망대에서의 감상이 끝나면 어김없이 트레킹에 나섰습니다.

매일 이어지는 3-4시간의 트레킹은 예상보다 훨씬 수월했습니다. 그리고 정녕 아름다웠습니다. 그저 소풍 나온 기분으로 산책길을 따라 걷다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스케일의 바위 덩어리들이 우리들을 압도하고, 섬세한 자연의 조각품들이 눈앞에 다가섰습니다.




구비를 돌때마다 3D 입체영화를 보는 듯한 파노라마가 나타나니, 다음 장면이 궁금하여 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해질 무렵, 인적 없는 루트를 따라 걸었던 브라이스 캐년에서의 석양 트레킹과 아치스 국립공원의 새벽 트레킹은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인디언 보호구역인 모뉴먼트 밸리… 그곳에 서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드넓은 평원에 우뚝 솟아있는 수많은 뷰트(BUTTE)들을 바라보자니 새삼 ‘내 방랑벽이 결국 예까지 나를 이끌어왔구나’하는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일었기 때문입니다. 30여 년 전 존 웨인이 주연한 서부영화에서 이곳을 본 후로 언젠가 가보겠다고 벼르던 참이었습니다.

모뉴먼트 벨리는 영화 속 장면과 한 치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당장이라도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기병대들이 달려오고, 다급한 휘파람 소리와 함께 인디언 전사들이 최후의 항전을 준비하고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항상 개발된 여행상품의 첫 팀을 마무리하고 나면 보완하고 수정해야 할 점들이 눈에 띄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미국 서부 국립공원은 더 이상 손 볼 곳이 없어 자신 있게 완벽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혹시나 비슷한 풍광을 계속 보게 되어 식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조금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너무 다양한 풍광이 나타나 항상 새로웠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동거리의 지루함 따윈 느낄 새도 없었습니다. 유타 12번 도로와 128번 도로 등, 도로를 달리는 것 자체가 너무 아름다운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내 머릿속에서 유럽이 서서히 지워져 갑니다. 그 대신 아이슬란드, 남미 안데스, 미 서부 국립공원 등 최근 새롭게 개발한 여행코스로 그 자리가 채워져 가고 있습니다. 

오는 8월 27일, 미국 서부 국립공원 2차 팀이 출발합니다. 여행 매니아라면, 열 일 제치고 그곳으로 발길을 돌려야 합니다. 그리고 대자연 앞에서 알고 있는 모든 단어를 총동원하여 찬사를 보낼 준비를 하셔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