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2. 9. 6. 06:00


얼마전 크로아티아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주황색 지붕들과 코랄빛의 아드리아해가 아름다운 나라이지만 내게 그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자다르라는 멋진 해안 도시에서 저녁 무렵에 만난 한 꼬마 낚시꾼입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손님들과 함께 노을지는 호텔 앞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조금 걷다보니 엄마와 함께 너무나도 진지한 모습으로 바다낚시를 하고 있는 한 꼬마아이가 보였습니다. 바다낚시에 일가견이 있는 한 손님과 함께 잠시 꼬마 옆에 서서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 걸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낚시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는 나지만 10살 남짓한 아이의 폼 치고는 꽤나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웬걸, 폼만 좋은 게 아니었습니다. 미끼를 던지는 족족 한 마리씩 잡아 올리는 솜씨가 그야말로 꼬마 강태공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마리를 낚아 올리고 다시 한 번 흔들리는 낚싯대를 낚아채 힘차게 들어 올리니 이번에는 자그마한 물고기 한 마리가 퍼덕거리며 걸려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장면’에서 난 소름이 찌릿하게 돋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능숙하게 물고기 입에서 낚싯바늘을 빼고는 입맞춤을 진하게 한번 한 뒤 바닷가로 던져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말입니다.

 

잡은 물고기를 다시 놔 주는 게 아까울 법도 한 10살배기 어린아이였습니다. 그 어린이의 이런 의외의 행동에서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아주 어렸을 적부터 배우는 유럽인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아이의 행동을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가 단 한마디의 칭찬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내 것’ 보다 자연을 생각하는 것은 ‘잘한 일’ 이 아닌 ‘당연한 일’ 로 여기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아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모자의 낚시 현장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이런 보석같이 아름다운 곳에서 살아가는 크로아티아인들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는 그저 받기만한 선물이 아니었습니다.

 

너무나도 깨끗하게 빛나는 땅 크로아티아는 자연으로부터 받은 선물임에 분명하지만 또한 그들 스스로가 열심히 지켜내고, 만들어가는 현재진행형의 선물이었던 것입니다.

                                                                                                                                                        [권가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