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2. 8. 17. 06:00

 


인솔을 무사히 마치고 인천 공항에 도착하면 우선 안도감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그도 잠깐, 이젠 후속작업인 여행앨범 제작이 마음을 짓눌러옵니다.

인솔자에 따라 사진매수는 틀리지만 대개 유럽의 경우 2,000 여장 정도 찍어오게 됩니다. 이후 사진 선택 작업에 들어갑니다. 똑같은 사진인데도 각도의 차이에 따라, 손님의 표정에 따라 사진을 골라내는데, 이때마다 옆 짝궁은 괴롭습니다. 어떤 사진이 좋은지 계속 물어보기 때문에, 일하는 중간 중간 대답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사진 한 컷 대충 골라도 될 법 한데 이상하게도 이 작업을 할 때마다 마치 예술이라도 하는 것처럼 예민해집니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보고 또 보고....이왕 만드는 앨범, 가장 멋지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만 생기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고르고 나면 약 1,000매 정도로 추려지는데, 이를 원본이라 합니다. 이 원본을 만들고 나면 사진의 각 하단에 장소를 기록하고 음악을 삽입합니다.

이후 한분 한분의 개별적 앨범을 만드는데 이때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손님 개개인별로 인물사진과 풍경스케치 사진을 또 다시 분류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원본이 1,000장이고, 손님이 10분이면 이 모든 사진을 10번이나 반복해 보면서 사진을 골라내야하기 때문에 가장 큰 집중력과 인내력을 필요로 합니다. 아차 실수로 잘못 삭제하기라도 하면 그 사진을 되살리기 위해 또 엄청난 후속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각 손님별로 파일이 완성되면 실행 파일을 만들고, CD로 굽는 즐거운(?) 작업이 기다립니다. CD로 굽는 작업은 이제 거의 목표지점에 왔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또 한 번 예민해지는 시간이 남았습니다. CD 케이스의 사진 및 여행 정리문 사진 선택의 시간입니다.

이 두 사진은 손님의 BEST OF BEST 사진이 들어가야 하는 곳입니다. 너무 멀리 찍은 것도 안 되고, 표정이 어두워서도 안 되고, 가장 그 여행지다운 곳에서 찍은 사진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또 여러 장의 사진을 두고 고심을 합니다.

여러 동료들의 의견을 물어물어 표지사진까지 결정하고 나면 CD 케이스의 사진과 어울리는 문자 및 배열을 고려하여 CD 케이스를 인쇄합니다.

이제 CD의 표면에 붙일 사진을 골라 스티커 작업을 하면 CD 앨범 작업은 완성입니다. 이 때 가 비로소 인솔자의 업무가 종료되는 시점입니다. 동시에 부담에서 보람으로 심리상태가 완전히 전환되는 때이기도 합니다.

물론 아쉬움도 많습니다. 여행지에서 조금 더 내 시야가 넓었으면 더 좋은 사진을 찍었을텐데.. 혹은 사진찍기를 마다하시는 분도 한 컷 더 찍을 것을...부족한 사진 실력으로 만든 이런저런 아쉬움이 뒤섞인 앨범이지만, 여행앨범을 통하여 아름다웠던 시간여행을 다시 할 수 있게 하는 마법의 도구를 만들어내었다는 것이 마냥 기쁘기도 합니다.

앨범은 귀국 후 한 달 안에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만약 늦어진다면 ‘사진 선택의 기로에서 고심이 많았구나’ 라고 생각해주시기를...                                                             

 

                                                                                                                                                        [성순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