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2. 10. 19. 06:00

 

 

"영국 음식은 구역질납니다. 핀란드 다음으로 형편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올림픽을 믿고 맡길 순 없습니다“

잘 믿기지 않지만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말입니다. 2012 올림픽 개최권을 두고 파리와 런던이 한창 다툴 때 영국의 음식을 노골적으로 폄하하면서 했던 말입니다. 음식에 대한 걱정 탓이었을까요? 런던과 파리는 최종 투표에서 54:50이라는 박빙의 승부였습니다.

영국의 음식이 형편없다는 얘기는 한두 해 된게 아닙니다. 영국 음식은 고작 ‘피쉬 앤 칩스’ 가 전부라고 할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 선수단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선수단이 런던 올림픽에 참가하면서 음식 걱정이 무엇보다 컸던 게 사실입니다.




자크 시라크 말보다 더 잘 알려진 얘기도 있습니다. 유럽에서 살 때 최상과 최악의 선택 얘기입니다.

최상은 영국 남자가 이탈리아 여자와 결혼해서 독일제 차를 타고 프랑스 음식을 먹으며 스위스 행정 속에서 사는 것이고, 독일 남자와 스위스 여자가 결혼해서 프랑스제 승용차를 타고 영국 음식을 먹으며 이탈리아 행정 속에 사는 것이 최악의 선택입니다.

이렇듯 영국의 음식은 조롱거리의 대상이지만, 내 생각은 다릅니다.

실제 지난봄의 영국에서 먹어본 음식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인버네스의 한 식당에서 먹었던 패스츄리에 싸인 소고기 요리는 다른 유럽국가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일품 요리였습니다. 특히 로크 로몬드 호텔과 부시밀이란 동네에서 먹었던 스테이크 요리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물론 거의 모든 메뉴에서 ‘피쉬 앤 칩스’ 처럼 감자요리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감자야 말로 영국을 여행하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는지요?

영국은 서늘한 기후 상 과일이나 야채보단 감자 농사가 예전부터 발달하여 으깬 감자, 튀긴 감자, 삶은 감자 등 영국의 음식에 필수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영국 요리는 유럽의 다른 나라와 달리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기에 맛이 없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식당에서 조미료를 넣지 않으면 맛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분명 영국의 음식은 혀와 눈을 사로잡는 음식이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혹은 다른 유럽국가의 혀끝에 머물러 있는 음식에 대한 기억을 과감히 멀리하고 영국의 음식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면 좀 더 맛있게 식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성순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