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2. 10. 10. 06:00

 


‘성 베드로 성당 앞에서 기타 치는 아저씨의 연주가 너무 좋아 CD를 두 장 샀다. 지금은 고자우 호수를 구경하고 할슈타트로 가는 길. 오늘의 버스 선곡은 방금 전 사온 따끈따끈한 CD!
아름다운 기타선율을 들으며, 싱그러운 숲길을 시원하게 달리고 있다. 아! 여행자가 아닌 인솔자의 신분으로 이리 행복해도 되나...'

지난 여름 동유럽 출장 중 오스트리아 잘츠캄머구트의 고자우호수를 구경하고 할슈타트 마을로 이동하며 감격에 겨워 쓴 메모입니다. 그 순간 그 느낌을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어, 부랴부랴 메모장을 꺼내 지렁이 글씨로 휘갈겨 써놓은 나의 ‘찰나일기' 입니다.



테마세이투어에 입사해 인솔자교육을 받을 때, 장거리 이동시간에 비디오는커녕 마이크를 잡고 오랫동안 재미난 이야기를 해서도 안 된다는 여행방침(?)이 사실 오랫동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이 지루할 수 있는 시간에 손님들께 즐거움을 주는 것 또한 인솔자의 중요한 임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선배들은 입을 모아 “손님들은 우리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곳을 평생에 한번, 즉 지금 아니면 볼 수 없다. 비디오와 우스갯소리로 이를 방해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버스에서 즐겁게 가는 것도 좋지만, 그 유쾌함과 떠들썩한 웃음에 가려져 여행의 의미가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여행사가 염려하는 바였습니다.

교육은 받았지만 혼자 손님들을 모시고 가는 장거리 이동이 유독 많은 동유럽 출장길에 오르니 말없이 가만있는 게 가시방석 같았습니다. 손님들이 주무시면 ‘지루해서 주무시나’ 싶고, 깨어 계시면 ‘잠도 안 오실 텐데 너무 지루한 것 아닐까’ 싶어 전전긍긍했습니다.

 

 

그렇게 혼자 속앓이를 하던 중, 내게 깨달음을 준 곳이 바로 할슈타트 가는 길이었습니다.

이제 와서 고백이지만, 그 아름다운 풍광속의 30분 동안은 다음 스케줄에 대한 모든 걱정을 잊고, 사랑한 사람들과의 행복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나 역시 여행자가 된 양 마냥 설레기만 했습니다.

만약 이 길에서 두꺼운 커튼으로 창밖을 가리고 비디오를 틀었거나, 어쭙잖은 유머로 분위기를 산만하게 만들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이동시간도 여행의 일부다’라는 테마세이투어의 여행방식을 비로소 온 몸으로 받아들이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동시간에 보는 모든 풍경들, 그 풍경으로 인해 다시 되새김하게 되는 추억들, 그리고 살짝은 지루했던 순간들까지 모두가 합쳐져 여행이 완성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권가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