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2. 11. 21. 06:00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을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윤동주의 시 <간>중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지혜의 신 아테네의 도움으로 하늘에 올라가 태양의 수레에서 횃불을 가지고 내려왔다. 그리고 이 불을 인간에게 주었다. 하지만 대가는 혹독했다. 분노한 신의 제왕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 산꼭대기에 있는 바위에 쇠사슬로 묶어 놓고 독수리에게 간을 먹게 했다. 매일 독수리가 와서 그의 간을 쪼았지만 그는 신이었기에 죽지 않고, 하루가 지나면 다시 살아났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불의 신,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다. 여기서 프로메테우스가 쇠사슬에 묶인 장소가 바로 코카서스 산맥의 대표적인 봉우리 중
하나인 카즈베기다.

 

10월 코카서스 여행 중 러시아-그루지야 군용도로를 달려 카즈베기까지 이동했다. 처음에는 밋밋한 도로를 달리는가 싶더니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면서 길도 험해졌지만 그만큼 경치도 좋아졌다.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흐르는 실개천과 바위 틈새에 자라나는 단풍나무의 화려한 그림이 나오는가 하면 넓고 넓은 초원이 또 연이어 나타났다.

 

이윽고 해발고도가 2,000m에 육박하는 구다우리 지역, 소비에트 1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모자이크 전망대를 통과해 예카테리나 대제가 군용도로 완공을 기념하기 위해 해발 2,400m 지점에 십자가를 세운 ‘즈바리 패스’에 다다랐다.

 

고개를 내려오면서 한 두 방울씩 내리는 빗줄기는 말끔히 사라지고 화창한 날씨가 이어졌다. 파란 하늘이 나타났고 점입가경(漸入佳境), 카즈베기 마을로 가까이 갈수록 설산과 어우러진 주변 풍경의 아름다움은 더욱 진해져만 갔다.

 

 

 

 


마을에 진입하여 호텔 체크인부터 했다. 3,000여권의 책이 전시되어 있는 로비도 인상적이었지만 호텔룸 테라스에서 바라본 전경이 압권이었다. 눈앞에 카즈베기 산과 게르게티 삼위일체 성당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성당의 불빛과 하늘의 별빛으로 너무나도 황홀한 밤을 보냈다.

 

 

이른 아침, 미니 밴을 타고 카즈베기 산에 올랐다. 그리고 정상에 서는 순간, 눈앞에 바짝 다가온 게르게티 삼위일체 성당과 카즈베기 산의 설봉, 그리고 바람 따라 눕는 마른 잎들이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했다. 성당은 작지만 그 어떤 성당보다 더 위엄이 있게 다가왔다.

 

성당 밖으로 나와 한참동안 설산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쉬움 속에 몇 번이고 뒤돌아보면서 초원길을 걸었다. 이곳에 독수리가 많이 살고 있어 그루지야인들은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철석같이 믿는다고 했다.

 

카즈베기 산에서 불어와 초원을 휘젓고 저멀리 사라지는 바람소리에 프로메테우스의 신음소리가 묻어 있는 듯해 한결 분위기가 엄숙해지는 순간이었다.

                                                                                                                                                        [강희옥]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