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2. 10. 24. 06:00

 


“우리는 농민입니다. 우리는 빛나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이 작품에 마음을 바쳤습니다.”

몇 달 전 중국 운남성의 여강. 그들의 함성이 수신기에 연결된 이어폰을 통하여 우리나라 말로 번역되어 귀로 전해지는 순간 왠지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나도 마음을 바쳐 그들의 공연을 감상할 준비를 했습니다.

 

연출은 장예모 감독, 출연인원은 500명, 쇼에 동원된 말이 100필이나 된다고 합니다. 해발 5,600m의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한 거대한 무대가 인상적이었지만 여기는 중국이니 이러한 거대한 스케일이 낯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공연장 통로에 걸린 공연 사진들에서 보았던 배우들의 소박한 얼굴이 잊히지 않습니다. 전문적인 연기자가 아닌 이 지방의 원주민들 500여명을 한 달 이상 합숙시켜 공연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인상여강쇼는 총 6부로 나눠지게 되는데 나시족의 신산인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산속에 사는 소수민족의 생활상과 사랑, 신앙이야기를 그려내었습니다.  

쇼는 몇 달씩 걸려 목숨 걸고 차마고도를 넘나들며 교역을 하는 나시족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살아 돌아오는 것이 곧 승리이다’라고 하는 험난한 차마고도로 떠나는 소수민족들의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우레와 같은 소리와 함께 객석 뒤에서 말을 탄 사람들이 무대로 달려 나옵니다. 나는 무대 뒤편에 앉은 덕에 말을 타고 달리는 그들의 모습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자유롭게 말을 타고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는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지상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죽은 후에 사랑을 맺어준다는 옥룡제3국을 찾아가는 연인들의 이야기도 펼쳐집니다. 만류하는 가족들과 끝까지 누이를 부르며 쫓아가는 남동생의 몸짓이 눈물을 자아냅니다. 마지막으로 배우들과 관중들이 모두 다함께 설산 앞에서 소원을 기원하는 기도의식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우렁차고 절도 있는 목소리가 산속에 울려 퍼졌습니다. 쇼의 모든 소리는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들의 힘이 느껴집니다. 수신기로 동시통역을 해주는 현지가이드 덕분에 운 좋게도 그 의미까지 제법 전해들을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수많은 등장 인원 가운데에서도 마치 자신이 주인공인양 열정적으로 연기하던 그들의 진지한 얼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오랜 세월 사회적 약자로서의 고단한 삶을 이어가면서도 자연에 순응하고 자신의 전통을 끈질기게 지켜나가는 소수민족 사람들의 강인함, 불굴의 의지 같은 것들이 느껴졌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외부인들이 끊임없이 들어오면서 그들의 삶도 많이 변했고 또 앞으로 더 많이 변하겠지만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슬기롭게 변화의 물결에 적응해나가기를 바래봅니다.

 

                                                                                                                                                        [이은정]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