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을 조망하며 다락논을
감상할 수 있는 빠다(坝达) 풍경구입니다.

빠다(坝达)란 하니족 말로 '어깨'란 뜻으로, 이 논을 일굴 때 어깨로 지어 나르며 만들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자연의 힘이 아닌 인간의 노력에 의해 창조된 이 곳에서 인간의 위대함을 느껴봅니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면서 물결치듯 절묘하게 곡선을 그리고 있는 거대한 다락논이 드디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무려 3,000여단에 이르는 계단식 논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이 곳에 서는 순간, 환성보다는 전율이 먼저 느껴집니다. 하니족의 1,400년에 걸친 한과 설움이 다락논의 층층마다 속속 배어있는 것 같아서 입니다.


 

 

 

 

 

 

이제 논은 다 일구었지만 농사를 짓기 위해선 저렇듯 여전히 무거운 짐을 어깨에서 내려 놓을 수 없는 게 하니족의 삶입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우리도 직접 논둑길을 거닐며 자연을 느껴봅니다.

빌딩 속 도심에서 온 우리가 이곳이 어색하지만은 않은 이유는 어린 시절 추억속의 그 장소에 와 있는 듯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에겐 우아해 보이기만 하는 저 곡선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땀을 , 얼마나 오래 흘려야 했을까요?

 

그 어떤 화려한 경치보다, 그 어떤 위대한 유적보다 난 원양의 이 다락논 위에 서서 감동과 경외심과 '이 자리에서 구경하고' 있다는 죄송함이 범벅된 묘한 감정에 빠져 들었습니다.

 

 

 

 

 

 

 

 

 

이 대역사를 이룬 하니족의 소박한 집들이 다락논 너머로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논을 일구느라 힘들 때마다 논 건너편의 집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힘을 얻곤 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원양을 방문한 2월 하순은 막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인지라 소를 끌고 논에 나와 일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거운 짐을 옮기는 소수민족 여인네의 힘겨운 모습도 자주 마주쳤습니다.

 

 

 

 

하니족은 아직 모계 사회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소수 민족입니다. 그래서 궂은 일은 주로 여자가 다 하는 편입니다.

큰 짐을 허리에 이고 이마로 지탱하며 한걸음 한걸음 묵묵히 걸어가는 여인네의 모습에 왠지 짠한 마음이 듭니다. 

 

 

 

 

전통 의상을 입고 빨래를 하고 있는 하니족 여인들의 모습이 매우 정겨워 보입니다.

 

아직까지 옛 방식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소수민족을 보며, 우리가 너무 풍족한 곳에서 불필요한 것과 함께 살고 있는건 아닌지 반성해 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말입니다.

 

 

 

 

 

 

 

 

 

흔히들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삶이라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자연에 순응하라는 것은 곧 죽으라는 의미였습니다.

단 한 톨의 식량이라도 더 얻기 위해 가파른 땅을 다듬어 나갔을 하니족의 자연에 대한 그 필사적인 도전이 층층으로 엮인 다락논에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저 다락논의 문양을 보고 있노라니 다시 현기증이 일었습니다. 다락논 하나하나가 주는 엄청난 무게감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디자인한 것 처럼 웅장한 대지에 정교히 자리잡은 원양의 다락논은 하니족의 역사, 그 자체입니다. 서글프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온 그들의 삶... 

 

우리는 이곳에서 단지 다락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중인 그들의 생생한 역사와 마주하는 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