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3. 1. 16. 06:00

 

 

11월 말, 미얀마 출장을 배정받고 무척이나 설레었다. 바간의 수천 개의 불탑보다 난 ‘순수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란 수식어에 더 매혹되었다.

 

하지만 미얀마에 도착 후 내가 본 것은 기대와는 달랐다. 아이들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달러를 구걸했고, 장사꾼들은 한 번 잡으면 절대 놓치지 않는 억척스러움을 보였다.

 

‘더 이상 미얀마에도 순박함은 없나보다’란 생각을 하며 가슴 한편으로 쓸쓸함을 느끼던 중 바간에서 두 명의 아이들을 만났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호텔까지 가는 마차에 손님들을 태워드리고 있는데 막대사탕을 입에 문 꼬맹이 둘이 내게 다가와 ‘캔디? 캔디?’를 외치며 따라붙기 시작했다. 캔디가 없다고 손사래를 쳐도, 나중에 꼭 사탕을 사주겠으니 이만 가라고 해도 떠나지 않고, 내게 마치 맡겨놓기라도 한 양 고집스럽게 캔디를 내놓으라는 개구쟁이들.

 

손에 한 움큼 캔디를 쥔 아이들에게 ‘맛있냐’ 고 물으니 맛있단다. 그들이 ‘캔디?’ 하면 나는 ‘노캔디’ 하며 울상을 지었다. 그럼 그들은 따라서 울상을 짓다가 또다시 해맑게 웃으며 ‘캔디!’

 

이쯤 되니 이 녀석들이 원하는 것은 캔디가 아니라 외국인과 그저 장난을 치고 싶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그들이 밉지 않아 한참 도돌이표 같은 대화를 이어주고 있는데, 마차에 탑승해야 할 손님 두 분이 안보였다. 당황해 손님을 찾고 있는 날 보고는 꼬맹이들이 잽싸게 식당 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식당 안쪽을 손짓하며 “YOUR FRIEND!!” 네 친구들 저기 있다고 신나서 말해주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또 고맙던지 ‘한국에서 맛있는 사탕이라도 좀 넉넉히 싸올 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 때 처음 미얀마 아이들에게 귀찮음과 짜증스러움이 아닌 사랑스러움을 느꼈던 것 같다.

 

앞선 마차에 손님들을 모두 태워드리고, 마지막 마차에 나도 몸을 실었다. 쏟아지는 별무리에 감탄하고 있는데, 언제 왔는지 ‘캔디꼬마’ 둘이 내 마차 앞에 서서 막대사탕을 쪽쪽 빨며 열심히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난 결코 그들에게 웃음을 줄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킬킬대며 내 마차가 아주 멀어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들이 보이지 않을 무렵, 왠지 모를 미안함에 울컥 목이 매여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내가 감히 이런 아이들을 때 묻었다 말하다니…

 

우리에겐 여행지이지만, 그들에겐 삶의 터전인 곳이다. 어찌 치열한 삶의 터전에서 티끌하나 없는 순박함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건 나의 이기심이었을 뿐이다.

 

2012년 11월의 미얀마는 여전히 순수하다!.

                                                                                                                                                        [권가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