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3. 4. 16. 06:00

 

 

내가 여행에 빠지게 된 요인을 생각해보면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 그것이 아니었나 싶다. 문명권의 여행보다는 아무래도 오지여행에서 더 자유로움을 느꼈던 터라 동남아 출장을 자주 가게 되는 겨울철이 더 반가웠다.

 

단체여행에서 여행의 자유로움을 느끼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인솔자로서 최대한 그런 기회를 마련해드리는 게 매우 중요한 임무다.

 

 



여러 가지 시도가 이루어졌던 지난 앙코르여행에서 손님들이 얼마나 자유로움을 느끼셨을지 궁금하다. 자유 시간, 자유로운 메뉴 선택, 현지 교통수단 체험, 잔소리(?) 안하기 등등.

 

딱 한 번의 패키지여행에서 “언제까지 돌아오세요!”란 멘트에 질려버렸던 나는 여행지에서 시간 재촉 등 손님들의 자유로움을 방해하는 잔소리는 절대 하지 않기로 결심한 터였다.

 

손님들의 자유로운 여행에 신경 쓰던 중 나 또한 잠시 인솔자로서의 신분을 망각한 채 자유로움에 홀딱 빠졌던 몇 십 분의 기억을 이 자리를 빌어서 고백코자 한다.

 

본격적인 앙코르 유적을 답사하는 첫날, 오전 오후의 빈틈없는 유적 답사로 몸과 머리가 조금씩 지쳐가던 무렵, 현지 교통수단인 툭툭이를 타고 나머지 유적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툭툭이란 동남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형 교통수단으로 오토바이 뒤에 가마 같은 것을 매달아 여행객들을 태우고 다닌다.

 

좁은 길을 달리기엔 커다란 관광버스가 불편하기도 했고, 앙코르 유적지의 흙길에는 왠지 이 툭툭이가 더 잘 어울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매연과 흙먼지를 어쩔 수 없어 마스크와 머플러로 중무장을 하고 툭툭이를 탔다.

 

호수도 지나고 호숫가에 소풍 나온 커플들도 지나고, 커다란 나무도 지나면서, 한가로운 오후에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친 김에 마스크까지 벗고 시엠립 시내의 공기까지 맘껏 들이마셨다. 두 다리를 쭉 뻗고 한여름 시원한 바람을 온몸에 느끼며 지그시 눈을 감았던 그 순간은 앙코르와 나, 오직 둘만을 위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 때가 생생하다. 어느 호화 오픈카도 부럽지 않았던 행복하고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사실 인솔자로서 자유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실로 오랜만에 느껴본 감정에 얼떨떨하기도 했다.

 

인솔자와 여행자의 자유 의지가 많이 반영될 수 있는 동남아 여행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이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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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