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3. 1. 30. 06:00

 



또다시 필리핀 마닐라로 휴가를 다녀왔다. 올해만 두 번째다.

 

마닐라에 숨겨둔 애인이 있냐며 동료 직원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매번 필리핀만 고집하는 이유는 딱 하나, 스킨스쿠버를 위해서이다.

 

물론, 3년간의 필리핀 생활로 현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약간의 타갈로그어(필리핀 현지어)를 할 수 있다는 익숙함에 필리핀만 고집하는지도 모르겠다.

 

4월 휴가는 마닐라 인근의 민도르 섬에서 지냈다. 세계적인 스킨스쿠버 포인트가 있는 곳이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난 처음으로 스킨스쿠버를 맛보았다. 특히, 초보자들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수심 30m 속의 난파선은 그 어떤 여행지 못지않은 큰 감동이었다.

 

그리고 10월의 휴가는 아주 한적한 곳을 골랐다. 사실 그렇게 조용한 곳인 줄도 몰랐다. 밤에 걷고 싶어 밖으로 나가면 나를 반겨주는 건 밤하늘의 초롱초롱한 별빛들과 파도소리뿐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적막함이 나에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낮엔 스쿠버다이빙이 전부이고, 밤엔 일찍 잠자리에 드는 이 지극히 단순한 일상이 나에게 커다란 행복감을 안겨주었다.


사실 행복이라는 단어를 한동안 잊고 살았다. 일에 대한 성취와 잘했을 때의 만족감, 이것이 한동안의 삶의 이유였다.

그런데 이 모든 걸 놓아버리니 그 자리에 대신 행복이 들어선 것 같았다. 이래서 여행은 비우러 가는 것이라고 한 모양이다.

지금 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일에 대한 성취와 만족을 쫓고 있다. 하지만 전혀 힘들진 않다. 언젠가 한적한 곳으로 되돌아가 내려놓고, 비워 놓으면 다시 행복이 가득 차오를 것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손창용]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