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3. 2. 28. 06:00

 

얼마 전 대학로에서 ‘인디아 블로그’라는 연극을 보았다. 배우들의 실제 인도여행을 다룬 연극과 영상을 보고 있노라니 인도를 여행하던 때로 돌아간 듯 아득해졌다.

 

연극에서 묘사된 인도의 모습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3등석 기차였다.

 

인도는 우리나라의 33배에 달하는 매우 넓은 나라인데다가,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도시 간 이동, 특히 중남부 지방을 여행할 때는 주로 기차를 이용하게 된다.

 

처음 야간열차를 탔을 때의 두려움과 공포가 생각난다. 그건 충격 그 자체였다. 지저분한 기차역과 폐차 직전의 기차들. 좁디좁은 의자에 앉아 현지인들과 엉덩이를 부대끼면서, 한낮의 찜통 같은 기차 안에서 거의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있으면서, 기차 안에서 먹는 도시락과 짜이의 맛에 익숙해지면서….

 

 


그러는 사이 인도 기차에, 아니 인도라는 이 기묘하기 짝이 없는 나라에 점점 동화되어 갔다.

 

인도에서 한 달을 훌쩍 넘겨버린 즈음의 나는 거의 현지인들과 비슷해져 있었다.

 

몸에선 카레 냄새가 났고, 어지간한 더러움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으며, 음식 안의 이물질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게 되었다. 기차를 타서도 배낭을 체인으로 고정하기는커녕 아무렇게나 선반에 올려놓는 배짱을 부리기도 했다.

 

솔직히 2개월 동안 인도전역을 종횡무진하면서 너무나 힘들어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하고 있는지 후회한 적이 많았다. 그만큼 인도는 절대 만만한 나라가 아니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잠깐이라도 틈을 보이면 온갖 사기꾼들이 접근하고 특히 더위와 위생 면에서 정말 울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별로 까다롭지 않은 성격 때문에 현지인들과 현지음식에 빨리 적응한 것과 큰 병에 걸리지 않고 비교적 건강하게 돌아다닌 것이랄까?

 

그래서인지 인도에 대한 평가는 여행자들마다 극명하게 갈린다. 다시는 오지 않겠다며 치를 떨고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도의 매력에 흠뻑 빠져 매번 인도를 찾는 사람도 많다. 나의 경우는 물론 후자이다.

 

이유를 콕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무엇보다 다양함을 인정하는 그 자유분방함 속에 인도의 진정한 매력이 숨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세상 모든 것이 다 변한다하더라도 인도만큼은 그 모습 그대로 있을 것 같은 풍경과 사람들, 나는 지금도 매일 인도가 그립다.

                                                                                                                                                         [이은정]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