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3. 3. 12. 06:00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이 말만큼 여행매니아들의 역마살을 동하게 하는 자극적인 단어가 또 있을까?

 

이 중에는 인도네시아의 롬복, 그리스의 산토리니, 타히티의 보라보라 섬처럼 안락한 리조트와 맛있는 음식 등 모든 것이 갖추어져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갈 수 곳들이 있다. 하지만 대개는 남아메리카의 아마존, 베네수엘라의 앙헬 폭포처럼 세상의 편안함과는 안녕을 고하고 고행길을 감수해야만 갈 수 있는 곳들이다.

 

작년 EBS의 다큐프라임과 대한항공 소식지 ‘모닝캄’에 잇달아 소개된 ‘다나킬 평원(Danakil Plain)‘ 역시 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에티오피아 북동부와 에리트레아 남부, 지부티 등지에 걸친 다나킬 평원은 뭘 기대하든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확언컨대 여행매니아라면 한번쯤은 꿈꿔볼 수밖에 없는 모든 요소를 다 갖춘 곳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다나킬은 그만큼 많은 불편함을 요구한다.

 

에티오피아 북부의 메켈레에서 시작되는 다나킬 여행은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활화산 ‘에르타 알레’까지 가려면 적어도 4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온도가 섭씨 40℃에서 63℃까지 오르는 폭염이 이글거리는 다나킬의 최적의 여행 시기는 그나마 견디기 나은 12-2월 사이의 겨울시즌이다.

 

모든 길이 오프로드여서 튼튼한 사륜 구동차량은 필수다. 여기에 화장실이나 잠자리도 변변히 갖춰진 것이 없다. 그리고 일단 여행이 시작되면 물건을 구입할 곳이 전혀 없으므로 출발 전 미리 먹을 음식을 잔뜩 준비해가야 한다. 활화산을 오르기 위한 야간 등반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면 여행자들은 다나킬 평원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절경을 만나게 된다. 지금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달롤의 유황천 지대와 볼리비아의 우유니처럼 끝없이 펼쳐진 소금 사막, 3시간여의 야간 등반 끝에 마주치게 되는 붉은 용암이 들끓는 에르타 알레까지... 그리고 운이 좋으면 이 땅의 주인인 아파르족의 소금 카라반 행렬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다나킬을 ‘지구상에서 가장 잔혹한 곳’이라고 묘사했다. 그만큼 험한 곳이란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나킬은 에티오피아와 이웃국가인 에리트레아 간의 종족 분쟁 지역이며 가끔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아파르족에 의해 관광객이 납치되는 위험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나킬은 가고 싶지만, 아직은 갈 수 없는 곳이다. 나는 에티오피아에서 살던 시절, 겁 없는 배낭여행자였던지라 가보긴 했지만….

 

이 지역이 안정을 되찾아 다나킬의 환상적인 모습을 우리 여행사의 수많은 여행매니아들에게 빨리 보여 드릴 수 있는 날이 오게 되길 고대해 본다.

                                                                                                                                                           [이영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