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3. 3. 8. 06:00

 

 

여행 잡지를 읽다가 한 스위스인의 인터뷰내용이 눈에 띄었다. 그는 스위스를 여행하는 한국여행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한국인은 여행할 때 한 지역에 너무 짧게 머무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좀 더 여유를 갖고 찬찬히 즐겨야 한다. 스위스는 산악철도가 잘 갖춰진 만큼 최소 한 번 이상은 트레킹도 해봐야한다. 현지인을 만나고 현지 음식을 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성수기만 고집하지 말 것. 분명 훨씬 다양한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인터뷰 중에서 앞쪽의 내용들은 테마세이투어에서도 늘 고집하는 것들이라 새롭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성수기만 고집하지 말라는 말에는 강한 여운이 남았다.

 

스위스 여행하면 누구나 야생화피는 봄이나 단풍드는 가을을 먼저 생각할 것이고, 여름 휴가철이 최성수기인 것도 뻔한 일이다. 하지만 스키어들만 찾을 것이란 생각과는 달리 겨울에도 스위스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동화 같은 설경을 헤치며 달려가는 빙하열차라든지, 그린데발트 세계 눈꽃 축제, 샤또데 국제 열기구 축제 등은 겨울에만 만날 수는 풍경이다.

 

 

 

 

 

 

그러고 보니 배낭여행으로 미얀마를 찾았을 때도 소위 말하는 비수기였다. 동남아는 우기인 5∼9월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고 했지만, 난 사정상 어쩔 수 없이 9월에 갔었다. 여행 초기에는 하루에 몇 차례씩 쏟아지는 스콜이 싫어서 왜 비수기에 가지 말라고 했는지 알겠다며 혼자 투덜거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건기에 다녀온 사람들에게 “강물이 말라 우베인 다리에서 배를 못탔다”라는 말을 들으니, 우기에 가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간의 쉐산도 사원에서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일몰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여행객이 적은 비수기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레 호수에서는 배 한척을 나 혼자 전세내야 했기 때문에 많은 돈을 들여야 했고, 원했던 국내선 항공편은 승객이 적어서 취소되는 등의 문제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몇 가지를 제외하면 비수기 여행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장점은 더 있다. 무엇보다 비수기 여행의 가장 좋은 점은 현지인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인 중에서도 매일 마주해야 하는 식당과 호텔의 직원들. 그들과도 좋은 추억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한가할 때 식당을 혼자 독차지하고 천천히 여유 있게 식사하고 있으면 주인장이 음식 맛은 괜찮냐며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차도 서비스로 내온다.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직원도 마찬가지다. 바쁠 때는 일하느라 정신없지만 여유 있을 때는 그 도시에 대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친절을 베푸는 이들이 많다. 길거리에서도 상점에서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래서일까? 오래토록 내 가슴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여행은 대부분 비수기 때 다녀온 여행들이다.

                                                                                                                                                          

 

                                                                                                                                                          [서경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