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3. 3. 19. 06:00

 

 

최근 ‘정글의 법칙’이라는 공중파의 예능 프로그램이 논란에 휩싸여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인 이 프로그램은 그간 연예인들이 아프리카, 아마존, 시베리아 등 지구상의 오지탐험을 통해 극한의 생존 과정을 보여 왔다.

 

그러나 발 빠르기로 유명한 우리나라의 네티즌들은 프로그램 안에서 출연자들이 힘들게 경험한 ‘리얼’한 상황들이 실제로는 현지에서 쉽게 참여 할 수 있는 관광상품이라는 것을 발견해냈다.

 

이 프로그램이 내 세운 ‘리얼’이 사실은 ‘연출’이거나 혹은 ‘거짓’이었다는 점에 시청자들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과연 이 지구상에 아직 오지라 할 만한 곳이 남아 있기는 한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자료를 찾다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훨씬 이상으로 물질문명은 이미 세계 구석구석에 손길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게 된다.

 

아마존의 와오라니 부족은 관광객 모객을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정글체험 일정과 가격을 상세히 소개해놓고 있다. 그들은 아마존 한복판에 전기 시설까지 갖춘 롯지(Lodge) 형태의 숙소도 갖추고 있다.

 

아프리카의 마사이 부족은 관광객의 스케줄을 관리하기 위해 최신 태블릿 PC와 노트북을 사용한다. 첨단의 IT를 이용한 그들의 고객관리는 정말 우리 못지않다. 세상의 변화가 이와 같다면 오지를 오지라 부르기는 더 이상 힘들 것이다.

 

물론 첨단의 이기를 이용한 오지의 관광상품화를 놓고 현지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자본주의화 된 세상 속에서 그들도 생존을 위해. 혹은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관광객들이 원하는 모습과 행동을 보여주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그러한대 왜 그들이라고 그러지 말아야 하겠는가….

 

이런 면에서 ‘정글의 법칙’도 막상 현지에서 제작의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잘못은 물론 거짓 포장에 있겠지만 있지도 않은 오지를 찾아 나섰다는 것, 그 엉뚱한 출발선에서 이미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

                                                                                                                                                      [추혁준]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