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3. 3. 28. 06:00

 

그대 길 가다가 향기로운 꽃을 보면

향기로운 꽃이 되라

돌을 만나면 주춧돌이 되고

나무를 만나면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가 되라

 

그대 길 가다가 우연히 시내를 만나면

속살 훤히 내비치는 시내가 되라

강을 만나면 고요한 강이 되고

바다를 만나면 용솟음치며

사철 넘실거리는 바다가 되라

 

그대 길 가다가 어쩌다 새를 만나면

기쁨으로 노래하는 새가되라

 

달을 만나면 풍성한 달이 되고

별을 만나면 늘 꿈꾸는 하늘이 되라

 

그대 길 가다 보면

그대도 길이 되나니

 

-김옥림, <그대 길 가다가>

 

 

 

 

“가을씨는 일이 재밌어?? 힘들지 않아?” 출장 중 손님들이 내게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 중 하나다.

 

여행이 좋아 여행사에 입사했고, 사람이 좋아 사람과 함께하는 일을 택했다고 말씀드려도 내 맘 속을 훤히 들여다보기라도 하듯 일로써 떠나는 여행은 즐기는 여행과는 다른 것이라며 어깨를 툭툭 쳐주시곤 한다.

 

부족한 면을 메우려 그저 열심히 열심히만 뛰어다녔던 지난 1년. 처음이 아님에도 늘 팽팽한 긴장감이 출발 전 여행의 설렘을 가로막곤 했다. 물론 출장을 떠나 손님들과 함께, 때로는 혼자만의 방법으로 야금야금 소소한 즐거움을 찾으며 다녔지만 초보 인솔자의 긴장감은 감춰지지 않는가 보다.

 

이제 어엿한 1년차. 그저 열심히 하는 인솔자가 아닌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할 즈음 내 마음을 울린 멋진 시 하나를 접하게 되었다.

 

물론 일로써, 여행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동행하는 인솔자이지만 너무 경직된 모습보다는 함께 여행을 즐길 때 그 행복한 기운이 손님들에게도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행을 즐기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이 시에서 이야기하듯 모든 것에 감사를 넘어 감탄하고, 또 발 닿는 곳에 스며들듯 동화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길 가다가 새를 만나면 기쁨으로 노래하는 인솔자와 향기로운 꽃을 보면 향기를 품은 꽃이 되는 여행자, 생각만 해도 너무나 행복한 동행이다. 앞으로의 출장이 어디가 될 진 모르겠지만 항상 이 시를 가슴에 새기고 ‘내 가는 길’ 같은 인솔자가 되어봐야겠다.

                                                                                                                                                        [권가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