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3. 5. 2. 06:00

 

 

온전히 중부에만 집중한 지난 베트남 여행에선 고대 인도차이나 참파 왕국의 향기를 듬뿍 느낄 수 있었다.

 

그 중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등불이 아른거리는 호이안은 참파 왕국 시절에 중국, 인도, 아랍을 연결하는 중계무역도시로 번성했던 곳이다. 선박들이 차츰 대형화됨에 따라 해저 바닥이 낮은 호이안은 쇠락했지만 그 덕분에 베트남 전쟁의 포화를 피해 고대 참파 왕국 시절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다.




호이안의 구시가지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모두 시간 여행자가 되었다. 우선 200년 된 고택 풍흥의 집, 6세기에 만든 다리로 호이안의 상징인 내원교, 중국 복건성 출신 화교들의 사당인 복건회관 등을 천천히 걸어서 돌아보았다.

 

그리고 해가 어스름 질 무렵 배를 타고 투본강 유람을 시작했다.

 

자그마한 배를 타고 느릿느릿한 강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여행자들로 번잡한 호이안의 중심가와 달리 이곳에서 빠른 것은 어울리지 않았다. 빨갛게 익어 떨어지는 해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짧은 유람이 아쉬울 뿐이었다.




드디어 호이안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깜깜한 밤이 되었다. 강을 건너는 다리마다, 물건을
내놓은 가게마다 내걸은 형형색색의 등불이 강물에 어른거리는 풍경은 자못 몽환적이었다.

베트남의 전통 탈거리인 씨클로를 타고 호이안의 밤거리로 들어섰다. 유모차를 탄 것 같다는 손님의 말에 한바탕 웃음이 터지고, 화려하게 변모한 그 거리를 한 번 더 구석구석 누볐다.

 

이제 돌아갈 시간. 짧은 시간여행 때문일까? 아쉬운 마음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오래된 거리를 수놓은 등불과 깜깜한 강물에 떠가는 소원 등불들을 바쁘게 눈과 마음에 담는다. 언제 또 다시 올 수 있을까….

                                                                                                                                                        [이은정]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