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3. 6. 28. 06:00

 

여행자들에게 날씨만큼 민감한 소재도 없다. 때문에 인솔자로서 출장 전 손님들에게 마지막 확인전화를 드리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거기 요즘 날씨 어때요?” 또는 “어떻게 옷을 싸가지고 가야해요?”이다.

 

그렇기에 변덕스러운 날씨로 악명 높은 이번 영국&아일랜드 출장에 앞서 여행 중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확인하며 나는 심히 마음을 졸여야했다. 전화상으로 손님들께 비소식을 전하면서 “영국은 늘 이 모양이예요!”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속으로는 이번 여행이 “비가 와서 망쳤어!”로 기억되고 싶지 않았다.

 

Four Seasons in One Day. 말 그대로 하루에 사계절의 모든 날씨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영국이다. 우리도 예외일 순 없었다.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서부터 심상찮은 기운이 느껴졌다. 아침 식사를 하는 그 짧은 시간에 잔뜩 찌푸린 구름 낀 날씨에서 갑자기 쨍한 햇빛이 나는가 싶더니 다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콧대 높고 자존심 강한 스코틀랜드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였다.

 

급기야 리프트를 타고 오른 케언곰산에선 눈도 만났다. 그러고 보니 아직 스키를 타는 사람도 있었다. 모피코트에서부터 미니스커트까지 하루에 다 볼 수 있다더니 정말 영국은 그랬다.

 

하지만 한편으론 영국의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이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기도 했다. 에든버러에서 반복되는 여우비와 피츠로흐리에서 본 선명한 무지개, 괴물이 출몰한다는 검은 호수 네스호의 음침한 구름 등 여행 방문지의 성격과 그날의 날씨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여행을 더욱 다이내믹하게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따사로운 5월 유럽의 전형적인 날씨는 아니었지만, 비온 후 개인 말간 하늘과 무지개를 즐길 수 있었고, 비안개에 젖은 영국 특유의 음울한 운치도 맛보았다. 우산을 든 신사의 모습으로 대표되는 나라 영국에서 여행 중 비 한번 못 만났다면 그 또한 얼마나 아쉬웠을까. 비록 변덕스런 날씨에 대부분이 감기에 걸리긴 했지만 우린 ENGLAND 여행의 정석을 맛본 셈이었다.

 

                                                                                                                                                         [이영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