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3. 7. 23. 06:00

 

손님들이 묻는다. 테마세이 인솔자가 되기 위해선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냐고….

 

손님과의 친화력, 생존영어, 소식지를 쓰기위한 약간의 글솜씨 등등이 질문의 정답이다. 하지만 한 가지가 더 있다. ‘비행기 안에서 얼마나 길게 오래 푹 잘 수 있느냐’는 것. 유럽으로의 장거리 출장이 잦은 요즘에는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불행히도 난 그 자질을 심히 갖추지 못했다. 그러기에 두 번째 출장부터는 10시간을 함께 지새줄 책을 한권씩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이번 코카서스 출장의 동행서(?)는 한 시골의사의 수필집이었다. 그의 의사 인생에서 겪은 웃지 못 할 에피소드를 엮어놓은 책이었다.

 

출장 내내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이 책과 함께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내 직업과 내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가 매일같이 만나는 사람은 병들거나 아프거나 혹은 이미 운명을 달리한, 인생에서 가장 힘든 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다. 마주보고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웃기 보다는 다시는 보지 않았으면 하는 슬픈 관계인 것이다.

 

그에 비하면 난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모른다. 멋진 여행지에서 함께 아름다운 풍광을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손님들과 마주하는 직업을 가졌으니 말이다.

 

이번 코카서스 여행은 ‘덜렁이’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진땀을 뺏다. 3개국을 여행하는지라 국경을 넘을 때마다, 공부한 것이 뒤섞여버려 마이크를 잡고 횡설수설 하는가 하면 이동거리 계산을 잘못해 손님들을 늦은 오후까지 쫄쫄 굶긴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당황하는 나에게 “가을아~. 우린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마!” 라고 말씀해주시는 손님들에게 많은 위로를 받으며 다녔다.

 

작은 실수 하나에 사람 목숨이 달려있는 팍팍한 삶을 사는 이에 비하면 잦은 실수에도 웃음으로 넘겨주시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여행자’를 손님으로 둔 나는 참으로 행복한 것 같다.

 

7월 소식지를 빌어 나와 함께 여행했던 모든 분들께 새삼스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세상에서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수백 수천가지 방법 중에 아름다운 곳에서 만나는 여행자와 인솔자로 저와 인연을 맺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권가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