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3. 8. 14. 06:00

 

「산티아고로 가는 길」, 이 말은 오래 전부터 막연한 울림을 내 가슴에 전해주었다. 그 곳에 가면 지금껏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만 같았다.

 

지난 6월 중순, 그런 산티아고를 향해 나는 달려갔다. 비록 발바닥이 부르트고 관절이 꺾이는 고행의 길을 길은 건 아니지만, 산티아고에 다가갈수록 내 가슴은 점점 큰 소리를 내며 뛰기 시작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와의 첫 만남은 파라도르에서 시작했는데 그것은 가슴 설렘 그 자체였다. 파라도르는 스페인 전역의 고성, 영주 저택, 유서 깊은 수도원 등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개조하여 정부에서 운영하는 호텔이다.

 

이번 여정에서 세 번 파라도르에서 묵었지만, 그 중에서 최고는 역시 산티아고라고 누구나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등급도 별 다섯 개다. 스페인에 통일 왕국을 세운 가톨릭 양왕이 1499년에 순례자들을 위해 세운 병원 겸 숙박시설로 역사적인 가치와 함께 여느 호텔과는 격이 다른 중후한 무게감이 있는 곳이었다.

 

대형버스를 타고 대성당 광장으로 입성하는 일은 파라도르에 숙박하지 않는 한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여행 내내 묵묵히 운전을 했던 우리의 버스기사 호세도 한층 들뜬 모습이었다. 산티아고 대성당을 배경으로 이리저리 버스 사진을 찍는 호세의 모습이 참 재미있었다.

 

일단 짐부터 풀었다. 그리곤 곧바로 나와서 대성당으로 향했다. 이끼 낀 성당 외부의 모습은 그 자체로 순례길을 걸었던 걷지 않았던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이어 성당 안으로 들어가 야고보 성인의 무덤을 참배하고, 제단 뒤로 올라가 성인의 등을 감싸 안고 잠시 기도를 올렸다. 나는 비록 종교가 없지만, 성당 안에서는 종교를 떠나 그저 고개가 절로 숙여질 뿐이었다.

 

대성당을 나와서 부터는 자유시간을 가졌다. 산티아고에서는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알라메다 공원에서 산티아고의 전체 모습을 조망한 후, 나는 대성당 앞 오브라도이로 광장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광장에 드러누운 순례자들의 얼굴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환희에 찬 혹은 지친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스페인북부 순례를 다녀온 후 한 달. ‘언젠가는 순례자의 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걸으리라.’라는 다짐이 여전히 머리를 맴돈다. 먼 훗날 순례를 마치고 광장에 서면 그때서야 비로소 2013년 6월 광장에 드러누워 있던 순례자들의 표정이 무엇을 말하는 것이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 같다.

                                                                                                                                                         [서경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