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3. 8. 22. 06:00

 

 

출장 배정을 받으면 궁금한 것 중 하나가 ‘함께 일하게 될 가이드는 어떤 사람일까’이다.

 

특히 처음 가보는 지역은 공항에서 가이드를 만나는 순간 마음이 푹 놓이는 게, 어떨 땐 와락 안아주고 싶을 만큼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얼굴이 잘나건 못나건, 성격이 살갑건 쌀쌀맞건 가이드는 열흘이 넘는 시간동안 내가 여행에 대해 상의하고,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아이슬란드 여행은 달랐다. 아예 가이드가 없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가이드의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는 순수 자연 여행지인 아이슬란드는 그래서 처음부터 인솔자와 손님이 함께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그렇지만 인솔자인 내가 가이드 몫까지 모두 소화해 내야 한다는 건 아무래도 부담스러웠다. 현지 가이드가 있을 때엔 인솔자가 앞에 나와서 이야기 할 것도, 미리 알아야 할 것도 많이 줄어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곳에선 모든 것을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했고, ‘만능인’이 되어야 했다.

 

그렇기에 아이슬란드 출장이 결정되자마자 마치 고3 수험생 마냥 열공모드로 들어가야 했다. 현지에선 더했다. 일정이 끝나면 다음날 일정에 대해 공부하고, 지도를 펴놓고 동선을 생각하고, 시내투어에 앞서 미리 답사를 다녀왔다.

 

해가지지 않아 하루 종일 훤한 아이슬란드이기에 밤 11시, 12시가 되도록 밖을 헤매고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손님들을 호텔에 모셔드리고 혼자 거리로 나가 헤맨 답사 시간은 대학시절 배낭여행객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마음껏 헤매고, 길거리 행인에게 도움을 구하고, 여러 상점들을 기웃거리고….

 

당시엔 잠이 부족해 무척 피곤했지만 모든 일정이 끝난 지금에 와서는 나에게 큰 재산, 그리고 멋진 추억으로 남은 것 같다.

 

가이드가 없어 부족한 정보는 17분의 손님들과 인솔자인 나의 상상력을 총 동원해 우리만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고, 광활한 대자연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대신 눈에 보이는 그대로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즐기며 다닐 수 있었다.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걱정되던 열흘이 마치 하룻밤 꿈처럼 무척 빠르게 지났다. 이젠 어디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무한한 자신감과 함께 앞으로 인솔을 가게 될 지역에 대해서도 대책 없는 자신감이 불끈 솟는다.

                                                                                                                                                          [권가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