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3. 8. 29. 06:00

 


요즘 한 케이블 방송의 ‘꽃보다 할배’라는 프로그램이 화제다.

 

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으로 이루어진 평균 연령 76세의 대한민국 대표 할배들의 유럽 배낭여행을 다룬 프로다. 최소한의 경비만으로 출연진들이 직접 열흘간의 일정을 만들어가며 리얼 배낭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요즘 10대 아이돌이 점령하고 있는 방송에서 할아버지들이 주인공이라는 기획도 참신하고, 여러 다양한 재미도 있어 나도 매주 본방사수하며 시청하고 있다.

 

‘꽃보다 할배’에는 다양한 관심 요소들이 있지만 70대 꽃할배들 뒤에서 가이드이자 짐꾼, 통역, 매니저 등의 1인 多역을 소화하고 있는 40대 탤런트 이서진의 역할이 참 흥미롭다.


 

 

여기서 일반 시청자라면 이서진이 대선배들 앞에서 곤욕을 치루는 장면을 보면서 재밌어 하겠지만, 난 마치 출장지에서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식은땀 흘리는 이서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아무래도 우리 여행사 고객 중엔 연세가 많은 분들도 꽤 계시다 보니 이서진에게 동지애(?)를 느끼며 인솔자로서 나의 역할까지 모니터링하게 되는 것 같다.

 

이서진의 짐꾼 역할 외에도 방송 중 꽃할배들의 젊은이들을 향한 충고와 진정성 담긴 독백은 참 인상적이다. 벌써 ‘신구 명언‘이라고 따로 검색될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데, 예로 들자면 이런 것이다.

 

"파리의 에펠탑처럼 우리 미술사나 예술사에서 보면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 했던 작품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새롭게 해석되고 가치를 인정해주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는 뭐 그렇게 살아 볼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요 지경에서 끝나지만 지금을 살아가고 앞으로를 내다보는 젊은이들은 지금 이 시대에 인정을 못 받더라도 새롭고 가치 있는 걸 시도해보시면 훗날에 더 크고 명예로운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도 출장은 어르신들을 모시고 다니는 여행이기에 분명 더욱 신경써야하고 힘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는 테마세이 인솔자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재산이기도 하다.

 

주변 친구들은 내가 출장을 간다고 하면 단순히 해외여행을 할 수 있어서 좋겠다고 부러워한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는 게 있다. 지금 내 나이 대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다양한 분들을 만나 바로 ‘신구 명언’같은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그 가치를 말이다.

 

‘꽃보다 할배’는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2탄도 제작될 예정이란다. 꽃할배들의 건강과 체력을 배려해서 가까운 대만으로 간다고 한다. 또 어떠한 재밌는 일들이 발생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영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