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3. 10. 24. 06:00

 

선택과 집중, 테마세이투어에 입사하기 전 직장에서 항상 강조했던 말이다. 과감히 선택하고, 선택한 업무에만 최선의 노력을 쏟으라는 의미였다. 선택이라는 것이 항상 어렵지만 예전 직장에선 과학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하는 일이어서 그 순간이 머리를 쥐어뜯을 정도는 아니었다. (모 대기업의 반도체 관련 일이었다)

 

여행사에 와보니 여기 또한 선택과 집중의 연속이다. 하지만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이곳에선 자고나면 많은 것이 뒤바뀌어버리는 돌발 상황 투성이다. 또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인지라 정해진 매뉴얼대로 움직일 수 없어서 처음엔 그게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여기선 반응이 바로바로 온다. 이 스릴과 생동감, 그리고 여기서 생기는 보람과 재미. 이게 직업을 바꿔 테마세이투어에 온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마냥 즐길 수 없는 일도 있다. 나에겐 그게 캔슬 통보다.

 

 

 

 

 

 

여행 캔슬은 대개 모객 숫자가 부족할 때 생긴다. 지난 9월의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이 그랬다. 2명만 더 왔어도 어떻게 하든 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끝내 최소한의 숫자가 채워지지 않았다. 결국 취소 전화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

 

모객 상황이 아슬아슬한 여행상품의 출발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 여행사의 현실적인 손익 부분을 안 따질 수는 없다. 하지만 손님 상담 메모난에 빼곡히 적힌 상담내역을 읽다보면 취소 결정을 내리기가 정말 힘들다.

 

어렵게 휴가를 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 출발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모든 상황이 그곳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취소 통보를 드리는 것이 얼마나 가혹한 일인지, 내 자신이 그런 일을 겪어봤기에 이럴 때 드는 수화기가 얼마나 무거운지 모른다.

 

남 부러워하지 않는 테마세이투어 직원들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상품수와 모객스케일이 큰 대형여행사들이 부러워지곤 한다. 다음에는 꼭 인연이 닿아 더 좋은 여행지에서 만나 뵙기를 바라며 마음을 추슬러보지만 아쉬움과 죄송함이 뒤섞인 그 기분은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이러한 고뇌의 경험이 더 쌓이면 신기(神氣)를 발휘해 선택이 좀 수월해질지 알 수 없지만, 그런 요행을 바라기 전에 출발 확률이 높아지도록 더 좋은 여행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이은정]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