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3. 9. 25. 06:00

 


앗살람 알라이쿰! (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아랍권을 여행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 인사말을 듣게 된다.

 

카시온 산에 오르니 어둠이 깃들어 가는 다마스커스 시내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너무나 평화롭게 보였다. 때 마침 시내 전역에 울려 퍼지는 아잔소리가 도시 전체를 감싸 안더니 내 가슴에도 조용한 울림으로 파고들었다. 분주했던 하루를 마감하는 감사기도를 올리는 시간이다.

 

다마스커스 시내에 수없이 솟아있는 모스크의 미나렛에 하나 둘씩 초록색 불빛이 켜졌다. 어두운 밤에도 신은 평화로운 눈빛으로 다마스커스를 지켜줄 것 같았다.

 

 

 

 

 

 

전에 바그다드를 다녀왔었다는 일행 한 분이 한동안 시내를 내려 보다가 넌지시 말을 꺼냈다. ‘정말 평화롭죠? 전쟁 나기 전의 이라크 바그다드도 이랬었답니다.’

 

그랬다. 불과 4년 전, 시리아의 카시온 산에서 우린 그렇게 바그다드의 비극을 이야기하며 다마스커스의 평화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 다마스커스가 생지옥으로 변했다. 소수파인 시아파가 정권을 잡고 다수파인 순니파를 강압적으로 통치한 지 42년, 민주화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더니 어느새 희생자가 10만 명이 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참사를 보도하면서 TV에 언뜻 스치는 배경화면은 눈에 많이 익은 지역들이다. 다마스커스, 홈스, 하마…. 대여섯 번을 방문했던 곳들이라 아직도 평화롭던 시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사실 아랍권의 갈등은 시아파와 순니파로 구분되는 종파간의 반목이 그 핵심이유다. 여기에 미국과 러시아가 이 반목을 이용하여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속셈이 더해짐으로써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아무래도 좋다. 인류의 역사는 반목과 대립, 갈등이 끊이지 않았기에 백번 양보하여 역사상 자주 있어왔던 일로 치부하면 이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일방적인 학살’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것도 그 대상이 일반 민간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어제 무심코 뉴스를 보다가 끓어오르는 분노에 흥분을 억제하기 힘들었다. 다마스커스 외곽지역에 화학무기를 사용하여 어린아이를 포함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였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부여안고 하늘을 향해 절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신이여! 위대한 알라여!’를 외치고 있었다. 바로 여행 중에 수없이 만났던, 밝은 미소로 ‘앗살람 알라이쿰’이라고 인사를 건네던 평범한 그 사람들이었다.

 

다마스커스에서 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정부군 세력은 대부분이 소수의 시아파다. 하지만 같은 시각, 아프가니스탄에선 반대로 순니파의 테러로 인해 수많은 시아파들이 죽어가고 있다.

 

시아파건 순니파건 모두가 ‘신의 뜻’으로 학살을 감행하고 ‘신이여!’를 외치며 죽어가고 있다. 죽이는 자도, 죽는 자도 모두가 신을 위한 지하드(聖戰)다. 진정한 신의 뜻이 무엇이길래….

 

하루 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신의 뜻이 궁금해서가 아니다. ‘앗살람 알라이쿰’을 외치며 홍차를 건네던 다마스커스 친구들의 비명과 절규가 귓가에서 맴돌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단 하나 뿐인 것 같다. 나도 그들에게 슬픈 인사를 건네야겠다. 다마스커스의 친구들이여, 앗살람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가 함께 하기를…)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