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3. 10. 10. 06:00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여행이 끝난 후에도 좀처럼 입에 붙지 않는 지명들이다. 나 역시 그랬고, 우리 일행들도 그랬다.

 

 낯선 곳에 대한 동경으로 출발한 여행은 하루 이틀 지나면서 그곳 사람들의 친절함에 어느덧 친숙함을 느끼게 되었고, 여정의 막바지인 에스토니아에서는 ‘벌써’라는 아쉬움을 남겨주었다.

 

그 생소했던 발틱3국을 다녀온 지금은 가슴 한구석이 아프다. 유럽의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끊임없이 침략 당하고 짓밟혔던 그들에게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행의 시작점인 리투아니아 빌니우스의 게디미나스 성에 올라서면서 우리들은 그곳에서 울려 퍼졌던 24년 전의 자유를 향한 함성 소리를 들었다.

 

 

 

 

1989년 8월 23일, 이날은 발틱3국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날이다. 이날 세 나라 국민 200만 명은 620㎞의 인간띠를 만들었다. 손에 손을 잡고 끊어질 듯 길게 이어진 인간띠는 소련의 속박으로부터 자신들을 해방시키겠다는 발틱3국 주민들의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자 평화적인 시위였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 독특하고 평화로운 행위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게디미나스 성의 타워 아래 적힌 ‘Baltijos Kelio Pradzia(발틱웨이 시작점)’라는 표지석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평화와 자유를 향한 그들의 외침이 고스란히 바람을 타고 나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라트비아의 바우스카, 리가, 시굴다를 거쳐 인간띠와 여행의 종착점인 탈린에 서자 다시 한 번 마음이 무거워졌다. 특히 노래광장에 섰을 때, 5년에 한 번씩 이곳으로 모여들던 에스토니아인들의 하나 된 합창소리가 귓가에서 윙윙거리며 들려오는 듯했다. 슬픈 현실과 가슴에 맺힌 한을 털어내려는 듯 목 메인 노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낯선 역사 얘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고, 이제는 친숙함으로 남은 발틱3국. 슬프고 우울한 곳이 아니라 밝고 따뜻한 곳으로 항상 그 자리에 있길 바란다.

 

                                                                                                                                                          [서경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