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3. 11. 22. 06:00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는 베로나, 아름다운 수상도시 베니스, 냉정과 열정의 도시 피렌체가 있는 곳. 여행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이탈리아로 출장을 다녀왔다.

 

하지만 이번 여행,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나에겐 조금 생소했던 성 프란체스코의 도시 아시시에서 찾아왔다.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창시자인 성 프란체스코가 태어나고 자라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찾는 곳이긴 하지만, 그리 독실하지 않은 교인인 내게 그곳은 그리 크게 마음에 와 닿는 여행지는 아니었다.

 

프란체스코 교회 역시 프란체스코의 생애를 그린 조토의 프레스코화가 아니었다면 여태까지 봐왔던 수많은 두오모와 크게 다를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행 후반부인데다 이 도시의 언덕을 오르내리느라 무척 피곤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마음을 알아챈 것일까. 아시시는 내게 특별한 선물을 줬다. 중앙광장 미네르바 신전 앞에서 갑작스레 콘서트가 열린 것이다. 음색이 청아한 여성 소프라노의 독창과 여럿이 함께하는 합창이 아름답게 어울리는 프란체스코 찬양콘서트였다.

 

합창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들의 표정에서 난 진한 감동을 느꼈다.

 

가슴 벅차게 기쁜 것 같기도 하고, 프란체스코를 향한 경건한 마음이 그대로 녹아든 것 같기도 한 엄숙한 환희의 표정이랄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났다. 책에서 봐도, 가이드의 설명에도 그다지 마음에 울림이 없던 프란체스코 성인의 존재감이 폭풍처럼 내 가슴에 와 닿는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그의 유명한 기도문도 함께 가슴속에 와 박혔다.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그렇게 살 수 있을까….

                                                                                                                                                          [권가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