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3. 11. 5. 06:00

 

한낮의 태양이 살갗을 파고들 것만 같던 지난 여름 어느 날. 이런 날은 집에 있는 것도 밖에 있는 것도 고문이기에 오랜만에 엄마아빠를 모시고 영화관으로 피서관람을 갔다.

 

최신작이 나오는 족족 잽싸게 가서 보는 내겐 이미 옛날 옛적 영화였기에 부모님이 영화를 보시는 동안 난 서점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함께 차에 올랐다.

 

그런데 웬걸.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서점이 아닌 영화관에 내려 무엇에 홀리듯 영화티켓창구로 향하고 있었다. 영화표를 끊고,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엘리베이터로 부모님을 인솔해 8층 영화관 벤치에 앉혀드리고야 마음이 놓였다.

 

그 뿐인가, 영화티켓을 받아 좌석을 확인하고, 영화관 직원의 역할까지 뺏을 기세로 자리안내까지 하려 들었다.


 

나의 이런 공격적인(?) 기세에 당황하셨던지, 아무 말씀 않고 막내딸을 따르던 부모님은 영화관에 입장할 때 즈음 돼서야 “가을아, 이런 것 쯤 우리도 잘 할 수 있어! 얼른 가서 니 일 봐” 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순간 웃음이 터져버렸다. 우리 가족 중 스마트폰과 각종 SNS를 섭렵해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시는 아빠와 엄마를 내가 과소평가(?) 한 모양이다. 부모님을 영화관에 모셔드리고 서점으로 가는 길에도 혼자 웃으며 생각했다. 진정 ‘인솔자 병’에 단단히 걸렸구나!

 

손님들을 모시고 여행을 하다보면 나보다 훨씬 여행내공이 많은 분들임에도 나도 모르게 과도한 신경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책임감 때문이겠지만, 오히려 그 과도한 걱정과 관심에 손님들이 먼저 ‘우린 괜찮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라며 꾸지람 아닌 꾸지람을 주실 때도 있다.

 

특히나 스마트폰이 널리 퍼진 요즈음엔 호텔에 들어가면 젊은 인솔자인 나보다도 먼저 와이파이를 잡아 인터넷을 이용하시는 분들의 모습에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물론 ‘시부모님 모시듯’ 하는 인솔이 테마세이투어 인솔자의 기본자세이지만, 나보다도 최신을 달리는 ‘시부모님’ 들이 많아지는 지금, “세태에 따라 며느리도 변해야 하나…” 하는 좀 멋쩍은 생각이 시원한 가을바람과 함께 슬며시 스쳐지나간다.

                                                                                                                                                         [권가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