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3. 12. 3. 06:00


얼마 전의 독일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뷔르츠부르크의 레지던스였다. 주교가 거주하던 주교관인 레지던스는 거대하고 화려한 건물뿐만 아니라 영국식과 프랑스식이 혼합된 정원이 잘 조성되어있어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건물의 상당 부분이 파손되었다. 지금의 모습은 전후 복구된 것이다.


당시 독일은 전쟁 준비를 하며 귀중한 문화재들을 지하 벙커로 옮겨놓았다. 옮길 수 없는 건축물들은 설계도면과 내부 디자인을 기록하여 별도 보관하였다. 이런 대비가 있었기에 전쟁이 끝나고 바로 뷔르츠부르크 레지던스를 비롯한 수많은 문화재를 다시 그대로 복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레지던스 내부 한쪽에는 전쟁 후 파괴된 모습과 그것을 복원하는 과정이 사진자료와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이 자료를 보면 사전에 내부 장식과 프레스코화 하나하나까지 독일이 얼마나 면밀하게 기록해 두었는지 알 수 있다. 그것이 레지던스의 완벽 복원에 결정적인 밑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일부 복원이 어려운 것들은 일부러 훼손된 상태 그대로 남겨 두었다. 난 이게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레지던스 내의 몇몇 프레스코화들은 색깔이 흐릿한 부분들이 있었다. 복원이 안 된 것들이다. 이것은 당시의 기록만으로는 정확한 색깔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흐릿하게 그냥 남겨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수많은 문화재가 복원되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복원도 너무나 많다. 정확하고 체계적인 고증과 조사 없이 복원 그 자체만 서두르다 오히려 문화재를 망친 사례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이 학계의 지적이다. 최근의 남대문이 대표적인 예다.


잘못된 복원으로 남아있는 부분마저 훼손된다면 아니 손대는 일만 못할 것이다. 무너졌다고 무조건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게 결코 복원이 될 수는 없다.

 

뷔르츠부르크 레지던스는 꼭 필요한 곳이 아니면 최대한 원형을 그대로 살려 놓고, 현재에 불가능하다면 미래를 위해 남겨 놓는 것이 오히려 올바른 문화재 복원이라는 교훈을 주는 듯했다.

 

                                                                                                                                                         [추혁준]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