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4. 1. 15. 06:00

 

“나 십년 전 중국에서 약을 이만큼 사가지고 왔잖아∼”, “난 몇 백만 원짜리 카펫을 사가지고 와서 그대로 내다버렸어!”

 

인솔 출장을 나가면 한번쯤은 듣게 되는 패키지여행에서의 ‘충동 쇼핑담’이다. 패키지 여행경험이 없는 나로선 손님들이 들려주는 단체쇼핑 이야기가 늘 신기했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난 안 넘어갈 자신 있어!”라고 생각하며 언젠가 한번은 꼭 패키지여행을 따라가 내 강단을 증명하고 오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휴가를 받아 엄마를 모시고, 패키지 여행사로 여행을 떠난 것이다.

 

사실 내가 예약한 것은 노쇼핑 상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력 있는(?) 가이드는 우리를 쇼핑지로 모시는데 성공했다. 유적지에선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휘휘 둘러보고, 거기서 벌어들인(?) 시간은 지루하지 않게 쇼핑지로 모시겠다는 거였다.


 


 

삐까뻔쩍한 쇼핑지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양쪽으로 열댓 명의 현지 직원들이 활짝 웃으며 우리를 격하게 환영해주었다. 웰컴티며 물티슈까지 들어가자마자 한 움큼의 선물이 안겨졌다.

 

내가 간 곳은 커피 집. 우리는 먼저 스크린이 있는 좌석으로 향했다. 이 커피가 어떻게 생산되며 효능이 어떤지를 줄줄이 읊는 비디오를 보는데, 나도 모르게 이미 카트에 커피를 담고 있었다.

 

그 다음은 커피 시음이었다. 그 자리에서 내려주는 커피를 받아먹으며, 판매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이건 분명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였다. 이 비싸고도 유명한 동물 변 커피를 이렇게 합리적인 가격에 판다는데…. 또다시 내 카트에 커피가 담겼다.

 

마지막 결정타는, 몇 개 이상을 사면 커피를 내려먹는 앙증맞은 도구까지 준단다. 더 사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결국 커피 집에서 엄청난 커피 사재기를 하고 말았다. 커피뿐인가, 코코넛 말린 것. 몸에 바르는 코코넛 오일, 벌레 물렸을 때 바르는 약까지 캐리어에 다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쇼핑을 해가지고는 만족감에 젖어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뒤, 그룹 투어를 마치고 좀 더 쉬다 오기로 스케줄을 잡은 우리는 마지막 날 마트 구경에 나섰다.

 

그리곤 거기서 내 머리를 쥐어박을 수밖에 없었다. 그 때 그 집이 아니면 살 수 없다던 커피가 10분의 1 가격에 팔리고 있었던 것이다. 5개 30불에 산 코코넛은 5불도 안되었다. 커피 몇 개를 더 담게 했던 커피내리는 도구 역시 1,000원도 안되었다.

 

엄마와 난 서로 마주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너 여행사 직원 맞아?“하는 눈치셨다.

 

한국에 돌아와서 6개월은 족히 먹을 만큼 쌓인 동물 변 커피를 보며 생각한다. “돈 열심히 벌어 다음 효도관광은 테마세이투어로 보내드려야겠다!”

                                                                                                                                                        [권가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