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3. 12. 11. 06:00

 


우리 여행사는 여행을 다녀온 손님들께 정리문과 함께 여행의 순간을 담은 여행앨범을 만들어 보내드리고 있다.

 

받아봐야 한 번도 안 본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한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여행앨범을 기다리신다는 믿음으로 손님들께 포즈도 부탁드리고, 요리조리 구도도 생각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손님들께 이런 오해(?)를 받기도 한다. “테마세이 직원들은 다재다능한 사람을 뽑나 봐요. 사진도 잘 찍어야하고, 글도 잘 써야하고…” 이런 말을 들으면 더욱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손님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말이다.

 

지난 달 여행사 자체적으로 매월 갖는 문화 행사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라이프 사진전’을 다녀왔다.

 

 

 

 

 

아직도 많이 서툰 예비 사진가인 나에게 이 전시회는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평소 사진전에는 별 관심이 없어 아마 이 기회가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라이프 사진전은 별 기대 없이 방문했기에 더 큰 감동과 사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일깨워 준 시간이 되었다.

 

1936년 창간해 매주 1,300만 부를 판매, 주간지의 새로운 역사를 쓴 세계적 잡지 ‘라이프’의 사진전은 ‘하나의 역사, 70억의 기억’이라는 부제로,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을 담은 ‘People’, 역사적 순간을 기록한 ‘Moments’, 그리고 잡지의 이름 그대로 ‘삶(life)’를 표현한 ‘It’s Life’로 구성됐다.

 

이중 개인적으로는 소박한 우리의 삶을 표현한 ‘It’s Life’ 테마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전시장 입구에 프린트된 말처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평범한 일상’을 담았지만, 그것이야말로 인생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대치 않았던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아 들뜬 마음으로 사진전을 빠져나오면서 내가 만드는 여행앨범에 문득 생각이 미쳤다. ‘우리 손님들은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으실까?’

 

출장을 다녀오면 500여장의 사진을 선별하여 앨범을 만드는데 그 중 어느 한 장이라도 뇌리에 박히는 사진이 있다면 성공일 것이다. 라이프 사진전에서 본 것 같은 강렬한 인상의 스냅 사진 한 장….

 

이런 사진 한 장이 여행을 더 오래토록 기억하게 할 터이니 카메라 셔터 누르는 것에 좀 더 신중해져야 할 것 같다.

                                                                                                                                                         [이영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