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4. 1. 3. 06:00


한 때 외국 여행길에 나선 한국인들은 ‘어글리 코리안’이라고 불리며 멸시를 당했다. 어디를 가든 시끄럽고, 질서를 잘 지키지 않아 생긴 오명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한국인들은 이런 무시를 당하지 않는다. 지금 이 오명은 이제 막 해외여행에 나선 중국인들이 물려받았다. 여기에 오기까지 약 20년의 여행 경험이 필요했다.

 

그러나 요즘 여행 커뮤니티에 오가는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일부 몰지각한 여행자들 때문에 또다시 한국 여행자에 대한 평판이 초창기 시절로 돌아가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누가 봐도 눈살을 찌푸릴만한 행동들이 ‘여행 노하우’라고 미화되어 여행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여행 커뮤니티에선 ‘비행기 타고 진상짓 하기’라는 글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비행기 안에서 10가지 물품을 챙기는 방법’을 소개(?)한 이 글은 기내에서 제공하는 헤드폰, 모포, 포크 세트 등을 가져오는 게 여행센스라며, 최소한 10만 원 이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 다른 커뮤니티엔 ‘미니바에 둔 김치가 쉬었다’ ‘침대가 더블인줄알고 왔는데 트윈이라 관계가 소원해졌으니 보상하라’ 등의 컴플레인을 잇달아 제기해 호텔로부터 무료로 객실 업그레이드를 받았다며 이런 컴플레인을 영어로 하는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또 ‘발리의 가제보를 무료로 이용하기’란 글도 인기다. 가제보(Gazebo)는 호텔에서 투숙객을 위해 해변에 설치한, 정자처럼 생긴 그늘막 시설이다. 노하우를 전수받은 한국 여행자들이 이 시설을 독차지하면서 유럽인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일부 발리 호텔에선 가제보 이용을 유료로 전환시키고 있다.

 

커뮤니티에선 심지어 싱가포르의 한 유명 호텔 수영장의 출입키를 사고파는, 명백한 불법 행위도 벌어지고 있다. 몇몇 한국인들이 비숙박객들에게 수영장 출입키를 돈을 받고 빌려주기 시작하였고 이런 정보가 ‘숙박 안하고 싼 값에 수영장을 이용하는 스마트한 방법’으로 널리 공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비상식적인 행동들이 잇따르면서 한국 여행자들에 대한 이미지도 악화되고 있다. 일부 호텔에선 ‘한국인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내걸리고 있고, 호텔의 각종 이벤트 정보가 한국 사이트에는 제공되지 않는 사례도 늘고 있다.

 

소수의 진상 여행객 때문에 또다시 전체가 ‘어글리 코리안’으로 매도된다면 정말 너무나 억울한 일이 될 것이다.

                                                                                                                                                          [손창용]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