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4. 2. 19. 06:00

 


“높은 산 푸르고 계곡물 맑구나/ 아리산 소녀는 물처럼 아름답고/ 아리산 소년은 산처럼 씩씩하네/ 높은 산 늘 푸르고 계곡물 늘 맑구나/ 소년 소녀 사랑은 영원하고/ 푸른 물은 푸른 산을 싸고도네.”

 

대만의 국민가요 ‘가오산칭’(高山靑)에도 등장하는 아리산(阿里山)은 우리나라의 백두산쯤에 해당하는 대만의 명산이다.

 

최근 ‘꽃보다 할배’의 영향으로 엄청난 한국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는 대만, 우리 일행은 타이페이를 스치듯 지나 바로 아리산으로 향하는 대장정의 길에 올랐다.

 

 

 

 

 

 

해발 2000∼2600m의 산봉우리 18개가 모여 있는 전체 산군을 아리산이라고 한다는 것은 글로 배운 여행이었고, 실제로 굽이굽이 산골짜기를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나니 그저 자그마한 섬나라인줄만 알았던 대만에 이렇게 높고 깊은 산이 있다는 것이 진심으로 놀라웠다.

 

사실 힘들게 다다른 곳인 만큼 아리산의 매력을 충분히 맛봐야만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10%만 볼 수 있다는 아리산 일출을 무사히 감상하고 나니, 올해는 운수가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흐뭇했다.

 

하지만 나에게 일출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아리산 숲 트레킹이었다. 1000살은 기본, 2000살 쯤은 되어야 그나마 나무 행세를 한다더니 아리산 삼림유락구라고 불리는 숲에는 수천 년 묵은 거목들이 마치 산을 지키는 산신령처럼 그 자리에 버티고 있었다.

 

오랜 세월 자라면서 만들어진 하트모양 나무, 서너 그루의 뿌리가 얽히고설켜 함께 자라고 있는 세 자매 네 형제 나무, 죽은 1대를 영양분 삼아 자란 2대목, 그리고 그 위에 뿌리내린 3대목 등. 인간의 생애와는 차원이 다른 끈질긴 나무의 생명력에 놀라움과 숙연함, 경건함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산책로 곳곳에 남아있는 거대한 편백나무 그루터기들을 보고 있자니, 이 깊은 산까지 철로를 건설하고 수천 년 묵은 생명들을 무자비하게 벌목해간 일본이 더 미워졌다.

 

예전에 숲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이런 구절이 있었다.

 

“노거수(老巨樹)는 생전의 부모님이 내뱉던 날숨속의 이산화탄소로 제 몸을 키웠기에, 우리가 숲을 거닐면서 나무가 내뿜는 산소를 마시면 내 몸의 일부에 부모님의 체취를 다시 담을 수 있다…”

 

이 글을 읽고선 숲의 나무들만 보면 사람처럼 애틋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부모님과 더 자주 숲길을 거니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었다.

 

내리쬐는 햇볕 덕에 따스해진 나무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이 나무는 얼마나 많은 이들의 숨을 간직하고 살아왔을까’ 하는 살가운 느낌이 들었다. 부부, 친구, 가족 등 여러 정으로 끈끈이 이어진 손님들에게도 이 시간이, 그리고 이 숲이 서로의 숨결을 간직하고 기억하는 소중한 시간 혹은 여행지가 되기를 바래보았다.

                                                                                                                                                          [이은정]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