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4. 2. 4. 06:00

 

난 커피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 대신 차에 빠져 있다. 그런데 소박했던 나의 취향이 점점 비싼 취미가 되어 가고 있다. 고급스런 차를 찾는 것을 넘어 차생활을 위한 값비싼 도구들에 자꾸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에 차를 즐기는 지인들과 다기(茶器)를 보러 갔다. 다기는 당연히 수제품일수록, 이름난 작가의 작품일수록 가격이 비싸다.

 

아무래도 헛바람이 잔뜩 들었던 모양이다. 이날도 난 그 비싼 다기들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늘 단정한 모습이 인상적이던 한 지인이 초보 작가들의 작품을 그윽한 눈으로 감상하고 있었다.

 

 

 

 

 

 

이 분 말씀인즉, 이제 막 도자기를 시작한 초보 작가들은 비록 솜씨는 서툴지 모르지만 그릇을 하나하나 만들 때마다 얼마나 열과 성을 다하겠냐며 그런 초심이 느껴질 때 차가 더 따뜻하고 맛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 말씀은 그 후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큰 힘이 되었다.

 

인솔을 처음 시작할 때의 그 엄청난 부담감이 떠오른다. 항상 프로다운 인솔을 바라는 손님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혹은 초보의 티를 감추기 위해 부단히도 애썼지만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손님들의 시선에 늘 송구스러웠다.

 

최고의 여행을 만들고 싶은 열정과 노력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생각하지만 과연 그 결과물이 만족스러운 것이었는지 자신할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초보인 나는 그저 하나하나 열과 성을 다해 그릇을 빚고 구울 수밖에….

 

때로는 초보들의 어설프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다기로 차를 우려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혹 누가 알겠는가, 그들 중 한 사람이 나중에 정말 대가로 성장하게 될지…. 그래서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본 위대한 안목의 소유자가 될지….

 

새로운 해를 맞으며 또다시 열심히 인솔길에 나설 우리 초보들을 응원해달라고 살짝 하소연해 본다.

                                                                                                                                                       

 

                                                                                                                                                        [이은정]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