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4. 4. 18. 06:00

 

 

새벽 4, 알람이 울렸다. 쏟아지는 잠에 눈꺼풀이 무거웠지만 아름다운 일출을 감상하기 위한 선택이기에 뒤척임 없이 일어났다.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산길을 지나 도착한 도이수(多衣樹) 풍경구, 원양에서 일출이 아름답기로 첫 손 꼽히는 곳이다. 새벽 6시도 안 된 이른 시간이지만 벌써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기다리며 자릴 잡고 있었다.

 

이윽고 해가 떠올랐다. 어둠 사이로 다랑논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대어 놓은 물위로 햇살이 황금빛으로 반짝였다. 무엇보다 그 사이를 경계 짓는 구불구불한 논둑의 곡선이 무척 아름다웠다.

 

 

 

 

마침내 다랑논의 전체 모습이 드러나자 일순 주위가 조용해졌다. 여기저기 조용히 셔터 누르는 소리만이 허공을 맴돌았다. 해발 1,000m에서 2,000m 높이의 에뢰산(哀牢山) 산자락에 광대하게 펼쳐진, 여의도의 16배 크기나 되는 이 어마어마한 다랑논에 그만 모두 압도된 것이다.

 

이 엄청난 원양의 다랑논을 그냥 전망대에서 구경만 할 순 없었다. 우리는 일출이 장관인 도이수(多依樹)에 이어 전체 조망이 뛰어난 빠다(垻達), 일몰 명소인 노호구(老虎)를 다니며 논둑길을 걷기도 했고, 하니족 마을을 들러 이 엄청난 역사를 이룬 주인공들을 만나 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다 보고서야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 다랑논도 경이롭지만 이것을 일군 인간이야말로 얼마나 위대한가를 말이다.

 

오래전 하니족은 한족에 쫓겨 이 험한 산자락에 숨어들었다. 그리고 무려 1300년에 걸쳐 오로지 생존을 위해 이 가파른 산비탈을 개간해 논을 만들었다. 그리고 연중 계속되는 운무를 이용해 관개 시설을 만드는 지혜도 발휘했다.

 

변변한 도구 하나 없이 오직 사람의 손으로만 이 다랑논을 일궜을 테니 그 노고야 말로 말해 무엇하랴. 이 하니족이 피땀으로 만들어낸 치열한 삶의 현장을 두고 대지예술의 기적이라느니, ‘인간이 땅 위에 세운 세계최대 규모의 조형예술단지라는 찬사조차도 모독처럼 생각되었다.

 

나는 다랑논 여행을 마치고 원양을 빠져 나오면서 조용히 경의를 표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손창용]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