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4. 6. 3. 06:00

 

출장 나가기 전, 가장 당혹스러운 질문 중 하나는 이번 팀 인솔자가 누구에요?” . 특히 내가 인솔을 배정받은 팀의 손님에게서 그러한 질문을 받으면 그 당혹감은 배가 된다. “아 접니다!” 자랑스레 말을 해야 할지, “아 전데요겸연쩍게 받아야 할지 조금 난감하다.

 

인솔자가 나임을 밝히고 나면 그 바로 다음 나올 질문이 무엇일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가을씨는 여행지에 이미 가 봤죠?”

 

그 때부터 찰나의 고민이 시작된다. 안 가본 곳이지만 손님들의 심적 안정을 위해 가 봤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하나 아니면 솔직하게 가보지 않았음을 밝히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나. 인솔자들마다 선택은 다르겠지만 난 줄곧 후자를 선택해 왔다.


 


이유는 두 가지다
. 거짓말을 하면 100% 드러나 버리는 내 얼굴과, 첫 출장지라도 결코 주눅 들지 않는 일종의 자신감 때문이다.

 

테마세이 입사이후 초행길이 아닌 두 번째 출장길에 오른 적이 두 번 있다. 하지만 출장선택권이 주어질 경우 내 선택은 항상 초행길로의 모험이다.

 

경험이 있는 지역 출장이 배정되면 편한 것은 사실이다. 출장 전 공부를 할 필요도 없고 여행지에 가서도 익숙한 곳이기에 긴장감도 덜하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이미 다 읽은 책을 다시 한 번 읽는 기분이랄까. 며칠째 날이 하이라이트가 되는지, 그리고 며칠째가 좀 힘든 날이 될지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잔걱정이 늘어난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곳에서 충분한 만족을 느끼지 못하시면 어쩌나, 내일은 많이 걷는 날인데 손님들이 너무 힘들어하시면 어쩌나

 

하지만 현지 전문 가이드와 인솔자가 여행 내내 동행하는 테마세이 여행의 특성상, 인솔자의 역할은 노련한 가이딩 보다도 여행지에서 손님들과 함께 소통하는 것이다. 햇살이 반짝이고 녹음이 우거진 곳에서는 손님보다 두 배 즐거워야 하고, 노을이 지는 쓸쓸한 저녁하늘을 보면 가슴속으로 눈물을 훔칠 수 있는 감성도 필요하다. 인솔자의 감성은 대개 여행하는 손님들의 기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미 한 번 경험한 곳에서의 감성은 처음을 따라가지 못하기에, 출장 준비가 고되다 할지라도,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라 출장 내내 긴장감을 떨치지 못하더라도 난 초행길을 택하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손님들과 함께 맘껏 느끼고 즐거운 여행을 하고 싶다.

 

며칠 뒤면 남프랑스로 여행을 떠난다. 프랑스는 대학시절 배낭여행으로 헤매다 온 곳이기에 아련함과 기대감이 더하다.

 

남프랑스의 아기자기한 작은 마을들과 수많은 예술가들의 흔적을 따라가며 이번엔 내 손님들과 어떤 감성을 공유하고 어떤 여행을 만들고 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권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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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