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4. 6. 26. 06:00

 

 

유럽의 뜨거운 태양을 직면해야 하는 출장을 앞두고 여성 인솔자들 사이에서는 태양을 피하는 법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인솔자라는 신분 탓에 챙이 넓은 화려한 모자는 언감생심이며, 두 손이 자유로워야하므로 양산은 더더욱 상상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선크림을 꼼꼼히 바르고, 선글라스를 쓰는 정도이다.

 

사실 처음에는 손님과 눈을 마주쳐야 할 것 같아 선글라스 쓰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백내장을 걱정해주는 손님들도 많고, 또 눈을 뜰 수조차 없는 유럽의 햇빛 때문에 선글라스는 어쩔 수 없는 출장의 필수품이 된지 오래이다.




작년 아이슬란드 인솔시 가이드 역할까지 맡느라 버스 맨 앞 조수석에 앉아 여행을 진행했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니 정수리 근처 가르마가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아이슬란드의 버스 앞 유리를 그대로 통과한 직사광선이 가르마를 태워버린 것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한동안 까매진 가르마를 바라보며 이젠 모자를 준비해야 하는 것인가 싶었다.

 

사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들기 전에는 햇빛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 여행을 나왔으면 여행의 티를 내고 돌아가야 한다며 짐짓 태양에 맞서며 허세를 부리곤 했었다.

 

스페인의 작렬하는 태양을 맛보지 않고 어찌 스페인을 다녀왔다 할 것이며,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식탁에 앉아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남프랑스를 다녀왔다고 할 수 있을까.

 

외국 여행하면서 간혹 만나게 되는, 햇빛이 내 몸에 침투되는 것을 한 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모자, 선글라스, 마스크, 팔 토시로 중무장한 여행자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했었다.

 

하지만 이젠 자외선에 신경 쓸 나이(?)가 된 듯하다. 여행 시에는 햇빛을 즐겨야 한다는 입장은 여전하지만 맞서야겠다는 허세는 많이 줄어들었다.

 

태양을 피하는 나의 방법은 여전히 SPF50의 강력 선크림과 선글라스가 되겠지만 아무래도 올해는 점잖은 모자를 하나 마련해야 될 것 같다. [이은정]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지에서의 인종차별  (0) 2014.08.22
세계 각 도시의 스타벅스 머그잔 모으기  (0) 2014.08.19
행복한 나라, 부탄  (0) 2014.06.11
초행길을 가고 싶다  (0) 2014.06.03
나만의 유럽 베스트 컷 10  (0) 2014.05.08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