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4. 6. 11. 06:00

 

국민여러분, 부탄 왕실은 모든 정치권력을 내려놓겠습니다. 이제 국민의 손으로 국민을 위한 정부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2008년 부탄에서 사상 첫 선거가 열릴 것입니다.”

 

이는 2005, 부탄의 4대 국왕인 지그메 싱예 왕추크가 한 말이다. 반정부군의 쿠데타로 어쩔 수 없이 왕좌를 떠나야 하는 왕의 입에서나 나올법한 말이었다.

 

하지만 부탄의 왕은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전 세계 역사상 왕이 스스로 절대 왕정을 폐지하고 민주주의를 도입하겠다는 아주 드문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당시 서방언론들은 조롱하듯 이 사실을 기사거리로 다루었다. 대부분의 왕들은 권력을 쥐고 본인을 위해 사용할 뿐 국민에게 권력을 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탄은 달랐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간단하다. 자신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왕이 된 후 어떻게 나라를 다스릴까 고민을 했다. 먼저,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거의 모든 정부와 국민들은 경제적인 부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물질적인 부를 얻어낸 나라에서는 소수만이 편안한 삶을 살고 있었다. 다수의 국민들은 여전히 빈곤과 소외 속에서 행복하지 않았다. 게다가 돈벌이를 위해 자연환경은 심하게 훼손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성장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 국민이 행복해지는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GNH(Gross National Happiness), 즉 국민행복지수이며 모든 정책은 이를 기초로 펼쳐진다.

 

이 독특한, 어쩌면 당연한 생각은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여행과 관련된 단적인 예로 부탄은 관광객들의 방문을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다. 돈벌이가 되는 중국 관광객을 잡기위해 많은 나라들이 심혈을 기울이는데 반해 부탄은 오히려 관광객의 수를 제한한다.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정부의 공식적인 규제는 없지만 외국 관광객들에게 하루에 최소한 250달러라는 비싼 여행경비를 지불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여행자를 제한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돈벌이보단 그들의 전통문화와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세계 유일의 금연국가, 무상교육무상 의료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 거지와 노숙자가 없는 나라, 고아원과 양로원이 없는 나라, 이 모든 것이 바로 가난하지만 국민의 97%가 행복하다는 부탄왕국이다.

 

나의 다음 개인 여행지는 첫눈이 내리는 날을 휴일로 정하는 낭만적인 이곳, 나의 이상향, 부탄으로 결정했다.

                                                                                                                                                         [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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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