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4. 8. 22. 06:00

 


50대 여성이 자신의 자리가 흑인 남성 옆이라는 것을 알고는 화난 표정으로 스튜어디스를 불렀다. 흑인 옆에 앉기 싫으니 자리를 바꿔달라는 것이다.

 

 

스튜어디스는 기장과 상의하고 돌아와 현재는 일등석에만 빈자리가 있다고 했다. 회사 방침상 이코노미석에서 일등석으로 바꿔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자기네 비행기를 이용하는 손님에게 불쾌한 사람의 옆 자리에 앉도록 할 수는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일등석 좌석을 마련해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종차별 냄새가 짙은 이 말에 주변 승객의 표정이 불쾌하게 변해갈 즈음, 스튜어디스는 흑인 남성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손님, 짐을 챙겨서 일등석으로 오십시오.”

 

이 일은 실화다. 실제로 외국의 한 항공사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이렇듯 여행 중에도 인종차별은 종종 일어난다. 우리도 가끔 이런 현장을 목격하기도 하고 때론 직접 당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우리가 저지르기도 한다.

 

몇 년 전, 손님 중 한분이 갑자기 버스를 못 타겠다고 하셨다. 일반적으로 버스가 낡았거나 앞뒤 간격이 좁아서 불편을 느낄 경우 컴플레인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때 차량은 최신형 버스였고, 좌석도 안락했다. 의아해 하고 있는데 그분이 곧 이어 말하는 이유는 버스기사가 흑인이라서 싫다는 거였다.

 

순간 머리가 멍했다. 하지만 이 분이 위의 50대 여성 같은 인종차별 의식이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경우, 오랫동안 단일 민족으로 살아왔다. 그로 인해 일부 연로한 분들에겐 외국인들과 함께 하는 생활이 꽤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말할 것도 없다. 내가 인종차별을 당하지 않으려면 내가 먼저 하지 말아야 한다. 어느 대회보다 인종차별을 엄격히 금하고 있는 브라질 월드컵을 보면서 여행 중에 겪었던 그런 경험들이 문득 떠올랐다.   [서경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