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4. 7. 4. 06:00

 

테마세이투어라는 이름으로 여행사를 시작한지 벌써 14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정말이지 적지 않은 세월입니다. 이쯤이면 제법 중년티가 날 법도한데, 테마세이투어는 여전히 아픈 청춘인 것 같습니다. 아직도 매 팀을 행사할 때마다 무수한 고민을 거듭하게 되니 말입니다.

 

테마세이투어는 여행업계의 아웃사이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 여행사와의 교류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요즘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솔직히 관심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여행만을 생각하고 여행 그 자체만을 고민할 뿐입니다. 그러다보니 경영이라는 측면에서는 낙제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습니다.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주변 환경도 무척 많이 변했고 여행자들의 취향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좋은 회사라면 변화된 환경에 발 빠르게 적응하면서 스스로도 과감하게 변화를 꾀했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어떤 일이 있어도 테마세이투어가 갖고 있는 정체성과 색깔만은 유지해야 한다는 고집을 신앙처럼 지켜왔습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가치관이 달라져도 여행이 갖는 고유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여행상품은 공산품이 아니라고, 다소 거칠고 투박하더라도 매 팀마다 여행을 하나의 예술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할 때 맛깔스런 여행이 탄생한다고 믿고 싶었고, 가내수공업일지언정 명장(名匠)이 되고 싶지 시스템화된 큰 공장의 주인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수차례 되뇌어 왔습니다.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여행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전면에 내걸고 최소한 이에 근접한 여행을 해보고자 나름대로 분투를 거듭해 왔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4년의 봄날에 우리의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면서 혹시 우리들의 초심이 알게 모르게 조금씩 변질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은 반성을 하게 됩니다. 어느 사이에 조금 더 편하게, 조금 더 품위 있게라는 함정에 스스로 빠져든 것은 아닌지.

 

테마세이투어는 정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정서를 공유하며 여행다운 여행을 한다이러한 평가가 그동안 테마세이투어의 자부심이었습니다. 테마세이투어 직원들은 여행의 안내자이기 이전에 동반자이기를 원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여행꾼들이 모여 여행을 이야기하고 여행지의 문화를 향유하는 즐거움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의 가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테마세이투어는 최고급이다’ ‘럭셔리하다는 평가가 들려옵니다. 반대로 럭셔리한 줄 알았더니 이게 뭐냐?는 질책도 들려옵니다. 이런 럭셔리하다는 평가는 제 가슴에 비수처럼 아프게 꽂혀 위기의식을 느끼게 합니다.




단언컨대 테마세이투어는 최고급 여행을 지향하지도 않고 럭셔리함을 추구하지도 않습니다
. 그저 여행다운 여행을 하길 바랄 뿐입니다. 품위 있는 식당과 화려한 호텔은 여행다운 여행을 위한 부수적인 조건이지 결코 여행의 목적이 아닙니다.

 

테마세이투어의 여행비는 제법 비쌉니다. 그래서 럭셔리할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비싼 여행경비는 럭셔리하기 때문도 아니고 터무니없는 이익을 챙기기 때문도 아닙니다. 물론 일반 대형패키지 여행의 관점에서 본다면 럭셔리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동안 고객의 기대치에 부응하려다보니 우리 스스로가 좀 더 좋은 식당과 좀 더 좋은 호텔 찾기에 한동안 몰입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이제 진지하게 반성을 하겠습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여행의 참다운 가치 찾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테마세이투어의 주인은 그 어느 누구도 아닌, 오로지 여행만을 진실로 사랑하는 여행꾼들이어야 합니다. 고품격 여행은 럭셔리함에 있는 것이 아니고 여행의 참된 가치에 얼마만큼 접근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봅니다.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