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같이 올해도 청해성과 내몽골 여행을 다녀왔다. 이 여행의 핵심 중 하나인 유채꽃이 만개한 시기를 맞추다보니 연이어 두 팀이 출발했고, 나 또한 연달아 같은 코스를 두 번 돌게 되었다.
그러다가도 지프차가 멈추는 곳에서 모래언덕에 올라서면 한없는 적막감과 쓸쓸함에 긴 탄식이 터져 나오곤 했다. 바단지린 사막은 그렇듯 여행자의 심연 속 감정들을 사정없이 긁어대는 마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사막의 제 맛을 찾아내려면 반드시 감수해야할 불편함이 있다. 바로 숙소문제다. 이번에 묵은 숙소는 오아시스 호수 곁의 유목민 집이었다. 비록 여행자를 맞이하기 위해 집수리를 했다고는 하나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우선 세면부터가 문제였다. 온 몸에 모래먼지를 뒤집어쓰고 도착한 이 집에선 겨우 펌프 하나로 물을 길어 손발을 씻어야 했다. 화장실은 또 어떤가? 건물 뒤편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은 방독면이라도 쓰고 들어가야 할 정도여서 대부분 드넓은 사막의 자연화장실을 이용했다. 방안의 침대도 실상 합판위에 얇은 스펀지 매트를 올려놓은 것에 불과했다. 그나마 침구를 깨끗하게 정리해 놓았음에 감사해야할 판이었다.
저녁식사 후 지프차를 타고 다시 한 번 사구로 올라갔다. 장엄한 사막의 일몰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처음엔 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해넘이를 기다리던 우리 일행들은 어느새 한 명 두 명 흩어져 모래 언덕 꼭대기마다 한 점이 되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윽고 하늘을 붉게 물들인 석양빛이 발아래 두 개의 호수로 쏟아지는가 싶더니 땅거미가 몰려오면서 사막은 깊은 침묵에 잠겼다. 이미 어둠에 잠긴지 오래이건만 사구 위에 점점이 앉아 있는 우리 일행들은 움직일 줄을 몰랐다. 그 위로 휘영청 보름달이 떴다.
다음날 새벽에는 또 다른 사구에 올라 어둠에서 깨어나는 사막의 엄숙한 시간을 가슴에 담았다.
하지만 2차팀은 사정이 달랐다. 사막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오락가락하던 비가 계속 우리들의 애간장을 태우더니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자 제법 빗줄기가 굵어지고 있었다. 붉은 석양은 아예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모두 비옷 챙겨 입고 나오세요. 오늘은 석양 감상 대신 빗속의 사막 트레킹입니다. 한번쯤 미쳐보죠!”
그 누구도 이의가 없었다. 다 같이 비에 촉촉이 젖은 사구에 올라 화려한 석양 대신 어둠을 기다렸다. 점차 짙어져 가는 사구의 곡선미가 우리들로 하여금 감상에 푹 젖게 만들었다. 우리를 태워다 준 지프차는 이미 돌려보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사구에 앉아 있는 일행들에게 오늘 일정은 여기까지라고 통보했다. 적당한 시간에 알아서 숙소까지 걸어오시라는 말과 함께….
추적거리는 비를 맞으며 어둠 속에 한참을 내려오다가 뒤를 돌아보니 아직도 사구 꼭대기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는 분들이 아스라이 보였다. 그리고 완전히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리고서야 숙소로 속속 귀환하는 소리가 두런두런 들렸다.
다음날, 고양이 세수를 하고 식빵과 계란으로 아침을 때우고는 다시 사막 질주를 시작했다. 그 기분이 어떤지는 알려고 할 필요 없다. 아무리 물어보아도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입안에까지 씹히는 모래를 뒤집어쓰고 사막을 빠져나왔다.
바단지린 사막의 초입에는 새로 건축한 4성급 호텔이 멋지게 서있었다. 내년부터 숙박이 가능한 호텔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우린 사막의 한복판에 있는 열악한 유목민 집에서 잠을 청할 생각이다. 호텔에서 잔다면 밤에 사구에 올라가 맞이하는 석양도, 아침 일찍 찾아오는 사막의 여명도 맞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룻밤의 편리함을 사막의 낭만과 맞바꿀 수 없음이다. 왜냐면 테마세이투어니까. [마경찬]
'마경찬의 여행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비로웠던 콜로라도&옐로스톤 여행 (0) | 2014.11.04 |
---|---|
가장 아일랜드다운 풍경 (2) | 2014.09.26 |
토스카나와 돌로미테, 꿈길을 걷다 (5) | 2014.07.31 |
테마세이투어는 럭셔리하지 않습니다 (11) | 2014.07.04 |
모로코 쉐프샤우엔 vs 물리스 이드리스 (2) | 2014.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