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4. 7. 22. 06:00

 

여행을 하다 보면 생각지 못했던 장소에서 우리나라와 관련된 것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왠지 모를 반가움과 함께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지난 동유럽 여행에서 그랬다.

 

2년 반 만에 다시 찾은 부다페스트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장엄한 분위기도 그대로였다. 영웅광장 내 시민공원을 산책하다 보니 전에 못 보던 흉상이 눈에 띄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이었다.

 

 

 

 

흉상 좌우에는 한글, 영어, 헝가리어로 선생의 약력 등이 새겨져 있었다. 서울시와 한·헝가리친선협회가 한국·헝가리 수교 20주년을 맞아 3만 달러를 들여 제작해 2012511일 제막했다고 한다.

 

안익태 선생과 헝가리의 인연은 1936년 부다페스트교향악단의 객원지휘자로 유럽 무대에 데뷔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수년간 부다페스트의 명문 음악대학인 '리스트 페렌츠'에서 수학하며 당시 헝가리 민요의 아버지로 추앙받던 음악가 졸탄 코다이(Kodály Zoltán)에게 사사하기도 하였다.

 

안익태 선생의 흉상이 이곳 시민공원으로 오는 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당초 모교인 리스트 페렌츠에 세워질 예정으로 착공식까지 마쳤지만 학교 측의 반대로 이곳으로 옮겨온 것. 세계 3대 음악학교 중 하나인 리스트 음대에 쟁쟁한 헝가리 음악가도 동상을 세우기 어려운데 외국인의 흉상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당시 통역을 맡았던 우리 가이드에 따르면 오히려 잘 된 일이란다. 원래 예정된 곳이 인적이 뜸한 학교 기숙사 정원인지라 오히려 모두에게 열린 공간인 시민공원이 한국관광객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부다페스트 시민들이 오가며 볼 수 있는 더 좋은 장소라는 것이다.

 

나중에 드러난 친일 행적으로 친일파 명단에 오른, 논란 많은 인물인 것도 분명하지만 부다페스트에서 만난 안익태 선생의 동상은 우리나라가 낳은 훌륭한 음악가인 것도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추혁준]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