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4. 10. 28. 06:00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관심사중 하나가 먹방이다. 먹방은 식도락을 칭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일종의 은어. 인터넷에 제주도 여행이라고 검색하면 관광명소 보다도 먼저 나오는 것이 제주도 맛집이다.

 

그래서 나 역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먹어본 잊지 못할 음식 리스트를 만들어 보았다. 물론 우리의 여행 중 들르게 되는 레스토랑의 음식들이다.

 

편의를 위해 1위부터 5위까지 정리해봤다.

 

내가 꼽은 세계 최고의 맛 5위는 동유럽9일 여행 중 프라하의 Villa Richter에서 맛 본 닭고기 요리다. 분명 닭 가슴살 요리였다. 그런데 그 맛이 가슴살 특유의 퍽퍽함이 아니었다. 닭고기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부드러워 내 혀를 의심할 정도였다.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며 한 접시를 다 비운 후의 내 총평은 바로 이것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닭이 프라하에 있구나!”

  


4위는 아이슬란드 호픈의 Humarhofnin에서 맛볼 수 있는 랍스터 요리다. 이 식당은 아이슬란드 사람들에게도 최고의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식당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코를 자극하는 고소한 랍스터 냄새에 행복하고, 한국에선 쉽사리 볼 수 없는 엄청난 크기에 한 번, 그리고 그 맛에 또 한 번 행복을 느낄 수밖에 없는 곳이다. 특히나 3시간이 넘는 트레킹을 하고 난 후에 먹는 그 맛은 꿀도 이보다 달콤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3. 이곳은 순위에 넣어야하나 말아야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왜냐하면 내겐 2년이 다 되도록 잊히지 않는 식당이지만 다른 인솔자들의 반응은 시원찮았기 때문이다.

바로 인레 호숫가에 떠있는 Jasmine 레스토랑의 미얀마 현지식이다. 메뉴는 전혀 특별할 것 없는 미얀마식 백반 한 상이다. 가이드가 아침 안 먹었냐?”고 놀렸을 정도로 난 너무나도 맛있게 먹었다. 아마 내가 미얀마를 다시 간다면 이 백반 한상이 그리워서 일 것이다.

 

다음으로 2위는 내 입맛을 통째로 바꿔놓은 터키 에페스의 양갈비다. 배낭여행에서 처음 맛본 지독한 냄새를 풍기던 양고기 이후 은 내 음식 기피 1순위였다. 잘 하는 곳에서 먹는 양은 정말 맛있다는 주위의 설득에도 무조건 "NO" 였던 내게 터키 출장에서 둘째 날 점심 메뉴로 양갈비가 턱하니 나와 버렸다. Artemis 레스토랑에서다.

손님들과 함께 앉아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혼자 까탈을 부리고 싶지 않아 눈 딱 감고 한 입 넣은 양갈비는 두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었다. 이 맛있는 걸 왜 여태껏 멀리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이제까지 못 먹은 양을 어떻게 보상받나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20131015일은 내 25년 생애에서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를 맛본 날이다. 그렇기에 내 최고의 음식 1위는 바로 피렌체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Tavernetta della signoria이라는 작은 레스토랑의 피오렌티나 스테이크다.

두꺼운 소고기를 살짝만 익혀 먹는 피오렌티나 스테이크는 첫 보기엔 저걸 과연 한국 사람이 먹을 수 있을까였지만, 그 맛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걱정했던 피비린내는커녕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아버려 한 접시를 순식간에 비워버렸다. 적포도주와 기가 막힌 궁합을 보였던 피오렌티나 스테이크. “피렌체에 가시는 분들, 꼭 이 스테이크 드셔보세요!”라고 소리 지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순위는 26세 젊은 처자의 입맛에 철저히 맞춰진 것이며, 함께 다녀온 손님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나만의 아주 주관적인 순위이며, 따라서 맛에 대해선 전혀 책임(?)지지 않음을 말씀드린다.  [권가을]

 

 

 

Posted by 테마세이